• 2023. 5. 31.

    요약: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는 모바일과 별도로 발전하는 게 아니고 모바일 생태계가 자동차로 확장되는 개념으로 발전할 것이므로 현재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애플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할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아직 애플카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애플이 발표하는 최신기술들은 애플카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차량 제조 생태계도 애플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는 모바일과 별도로 발전하는 게 아니고 모바일 생태계가 자동차로 확장되는 개념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현재 모바일 생태계는 애플이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애플카’는 아직 루머만 난무할 뿐,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게 없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공식 발표도 시간문제라고 말합니다. 이미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이 크게 미래사업을 일구려면 모빌리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이 아직 공식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음에도 자동차 회사들 특히 테슬라는 애플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애플카 상상도

    애플이 테슬라에 가장 위협적인 이유는 아이폰 생태계를 자동차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

    미래 모빌리티는 CASE (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를 만족시킬 수 있는 SDV (Software Defined Vehicle)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모빌리티가 SDV로 전환된 미래에는 기존 자동차 회사보다는 이미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이 미래의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하는 게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인 자동차는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아니어도 제작할 수 있지만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모바일 시장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을 장악한 유일한 기업입니다. 반면 애플과 함께 모바일 생태계 양대 산맥인 안드로이드 진영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구글은 OS인 안드로이드, 삼성 등은 하드웨어인 스마트폰 중심입니다. 구글도 하드웨어로, 삼성도 소프트웨어로 영역을 넓히려 했지만 잘 안 됐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입니다. 게다가 애플은 보유현금이 넘쳐납니다. 회사에 쌓아둘수록 투자자의 주주환원 압력도 강해질 겁니다. 그 큰돈을 어디에 써야 할까요? 애플이 모빌리티로 자신들의 생태계를 확장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겁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2020년 12월 22일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모델3를 만들던 암울했던 시기, 나는 애플이 테슬라를 (현재 가치의 10분의 1 가격으로)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하려고 팀 쿡에게 연락했다”며 “(그런데) 그는 그 만남을 거절했다”라고 썼습니다. 머스크의 트윗은 그 전날인 21일 ‘애플이 2024년까지 자체 설계한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 차량을 생산할 것’이라는 보도 뒤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테슬라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지만, 테슬라는 모델3를 공개한 2016년부터 양산을 시작한 2019년 중반까지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돈은 다 들어갔는데 양산을 못해 현금 회수가 안 되는 이른바 “생산지옥”위기에 빠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델 3의 양산이 조금만 더 늦어졌어도 회사가 진짜 망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 머스크는 정말 테슬라를 팔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머스크는 분신과도 같은 테슬라를 다른 회사가 아닌 애플에 팔려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머스크가 보기에 모빌리티 비즈니스 축을 장악할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애플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머스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애플이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면, 테슬라가 맞서기 어려운 상대라고 봤던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회사가 망할지 모르는 위기에서, 자신의 분신과 같은 테슬라가 세상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애플에 인수되는 것이라고 보고 테슬라에 가장 위협적인 적과의 동침을 생각했던 겁니다.

    애플은 스마트폰 단말기 20억대 깔았지만, 테슬라 단말기(전기차)는 고작 400만 대

    애플이 테슬라에 가장 위협적인 이유는 모빌리티 혁명이 일어나면 자동차도 온라인 서비스 생태계 속에서 하나의 단말기로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전기차도 그런 서비스 생태계의 단말기와 같은 것이 될 텐데요. 문제는 모빌리티 시장과 모바일 시장이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결국에는 모바일 생태계 안에 모빌리티 생태계가 추가되면서, 이미 거대한 온라인 서비스 시장이 한층 더 커지는 식이 된다는 겁니다. 즉 모바일 생태계를 이미 장악한 기업이 모빌리티 생태계도 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애플이 맘먹고 뛰어들게 되면 테슬라에는 쉽지 않은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현재까지 자동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하드·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 이것을 서비스로 연결해 돈을 버는 모델은 미완성입니다. 테슬라의 차량은 2022년 말 기준 누적 판매대수가 400만 대를 넘어섰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운행되는 10억대 이상의 차량의 숫자에 비하면 적은 양입니다. 반면에 애플은 이미 2021년 아이폰 누적 판매량만 20억대를 넘어섰습니다. 애플은 이미 모바일 시장에서 거의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자기 완결적 제품·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애플이 다른 IT기업과 다른 점은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 개발에 대한 능력과 그 집착’입니다. 사용자의 생활 전반에 침투하는 ‘확장성’, 그리고 만족을 넘어 감동을 주는 제품·서비스 ‘완성도’입니다. 애플카가 나오든 어떤 다른 스마트카가 나오든, 서비스가 자동차에서만 구현되는 게 아니라 각종 모바일기기와 매끄럽게 연동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고, 또 공급자에게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개발 여력과 이익창출 능력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그랬지만, 무슨 ‘깜짝 기능’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런 기능도 됩니다’ ‘이런 서비스도 가능합니다’가 아니라, 그런 기능과 서비스를 사용자가 감동할 만큼의 높은 완성도를 갖춰 내놓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테슬라도 이미 전기차만 파는 게 아니라, FSD(풀셀프드라이빙)라는 주행지원 소프트웨어(향후 자율주행이 될 때까지 무료 업데이트를 해준다고 테슬라는 주장)를 1만 5천 달러를 받고 팔고 있습니다. 즉 전기차라는 디바이스를 팔아 돈 벌고, 소프트웨어를 따로 팔아 또 돈 버는 ‘필승의 공식’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의 22년 수입현황, 전체 수익중 서비스 수익이 2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 모델이 자동차 업계에선 새롭지만 모바일 업계에선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애플의 경우 아직은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 수익이 가장 큽니다만, 이와 함께 앱마켓에서 이용자가 개발자에게 지불하는 요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또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체 구독경제까지 강화해 서비스 분야 이익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애플카가 앱마켓을 통해 무선 업데이트로 앱을 갱신하는 것은 애플이 이미 오랫동안 갈고닦아온 그 ‘필승의 공식’을 (무선통신으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전기차를 통해 실현하는 것일 뿐입니다.

    차량 제조 생태계도 애플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되고 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2021년 인터뷰에서, 애플카 출시 여부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면서도 “자동차 산업의 성격이 크게 변하고 있다”라고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진입장벽 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자동차산업의 구조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쪽으로 바뀌면서 애플이 더 큰 기회를 맞았다’는 뉘앙스를 담은 말이었습니다.

    애플카가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2024~2025년은, 쿡의 말대로 자동차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전기차를 만들어도 대부분 기업이 적자를 보고 있지만, 그때쯤이면 현재 내연기관차 수준의 마진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또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테슬라와 같이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한 SDV차량들을 2024~2025년에 출시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기 때문에 애플도 애플카의 출시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또 애플 제품을 수탁생산해 온 폭스콘의 모기업인 대만 홍하이, 그리고 독일 메가서플라이어인 보쉬와 캐나다 메가서플라이어인 마그나 등이 이미 자체적으로 전기차 양산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홍하이의 전략이 흥미롭습니다. 홍하이는 전기차라는 하드웨어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떤 자체 서비스 생태계를 가진 기업이 자신들의 OS를 심으려 할 경우, 그것을 구현해 줄 수 있도록 하는 하드·소프트웨어 플랫폼 전체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면 애플 같은 기업이 서비스 생태계의 상층부만 설계하면, 나머진 자기들이 알아서 할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완벽한 실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홍하이조차 이런 계획을 얘기하는 실정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즉 몇 년 안 있으면, 애플처럼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설계능력이 출중한 회사가 크게 제조비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대량으로 전기차를 뿌릴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테슬라의 장점으로 배터리관리 능력과 고성능 모터를 꼽기도 하는데요. 디바이스의 배터리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섬세하게 관리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능력은 이미 애플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터·인버터 등 전기차의 파워유닛은 일본전산 등 몇몇 기업이 저렴한 가격에 고효율 전동시스템을 세트로 납품해 줄 수도 있습니다. 홍하이는 2021년에 일본전산과 제휴하여 전기 자동차용 모터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존 자동차회사가 아닌 어떤 부품업체 연합에서, OS만 빼고 고객 주문대로 소프트웨어로 무선업데이트가 가능한 전기차를 대량 납품하는 게 곧 실현될 겁니다.

    홍하이와 일본전산은 전기자동차용 모터를 생산을 위해 제휴한다고 발표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애플카가 처음부터 반드시 완벽한 자율주행기능을 구현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도움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은 2030년 이전에는 누구도 상용화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애플카가 완벽한 자율주행이 안 되는 상태로 나와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만족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애플은 아이폰과 자동차를, 애플 고객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연결해 쓸 수 있도록만 해도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다루지 않는 테슬라나 기존 자동차 메이커와 크게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애플의 최근 신기술이 전부 애플카와의 연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애플이 취할 전략은 처음에는 아이폰 등 자사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매끄럽게 연동하는 폐쇄적 생태계에 애플카라는 큰 카테고리를 집어넣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한적인 자율주행기능만 탑재합니다. 그 대신 소비자가 완성도 높은 모바일·모빌리티 통합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자율주행 기능은 향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향상시켜 나가면 됩니다.

    이미 애플은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 AI’를 인수했습니다. 애플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거대 IT기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30개의 AI기업을 인수했습니다. 팀 쿡이 최근에 “자율주행차는 본질적으로 AI로봇”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런 행보는 애플카를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IT기업들이 인수한 AI기업 (2021년기준)-애플은 2023년 Waveone을 인수하면서 30개의 AI기업을 인수했다.

    애플이 애플워치를 내놓은 것도 애플카와 연결을 생각한 것일지 모릅니다. 지금의 애플워치는 살짝 어중간합니다. 애플 팬에게 아이폰은 필수이지만, 애플워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폰이 있는데 애플워치까지 손목에 차는 게 좀 번거롭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가게 되면 스마트폰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그러면 아예 손목에 차는 디바이스, 어디에 뒀는지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워치 형태가 미래 디바이스의 기본이 될지도 모릅니다. 워치가 기본이고, 집·사무실에서는 더 큰 화면의 애플 제품과, 자동차에 타면 워치와 자동차가 연동되는 식으로 말입니다.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 자동차 분야 진입의 변곡점이 될 것인가?

    UWB 를 이용한 apple carkey가 IOS 15부터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자동차와 연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습니다. 대표 사례가 차량 인포테인먼트와 연동하는 ‘카플레이(CarPlay)’, 차량용 디지털키인 카키(CarKey), 초광대역 무선통신 ‘UWB(Ultra Wide Band)’ 등입니다. 즉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의 사용자 환경을 애플카까지 연결함으로써, 아이폰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서도 끊김 없는 애플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를 해왔습니다.

    애플은 2022년 9월 6일 자사의 개발자 이벤트 ‘WWDC 2022′에서 차세대 ‘카플레이(CarPlay)’를 소개했습니다. 포드·포르셰·아우디·재규어·랜드로버·볼보·혼다·닛산 등 14개 브랜드와 연계, 센터패시아의 대형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계기판 등 차량 내부의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를 아이폰과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애플 카플레이는 지난 2013년 WWDC에서 첫 선을 보였고 2014년 iOS 7.1 버전에 정식 앱으로 탑재됐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한 음악 재생과 전화 수신, 내비게이션 지도 표기 정도에 그쳤지만 iOS가 발전하면서 음성 인식 비서, 메시지 수발신, 아이폰 지도앱을 내비게이션 대신 사용하도록 하거나 각종 앱 실행 및 조정 등 차량의 각종 기능과 연동하고 일부 통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2022 년 5월 애플 개발자 이벤트” WWDC 2022” 에서 에밀리 슈버트(Emily Schubert) 수석 매니저가 차세대 카플레이를 발표하고 있다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는 iOS17과 함께 2023년 말에 출시되어 앞서 언급한 14개의 브랜드 차량에 탑재될 예정인데 차세대 카플레이는 아이폰의 정보뿐 아니라 속도·거리·연료잔량 등의 차량 계기판, 공조장치 정보까지 애플이 통합해 차량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주게 됩니다. 속도계와 엔진회전수게이지 사이에 지도앱을 표시하는 등 화면 레이아웃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폰과 차량의 연결성이 기존 카플레이보다 훨씬 커지는 것입니다.

    2022년 발표된 애플의 차세대 카플레이

    애플이 WWDC 2022에서 차세대 카플레이를 소개할 때 언급한 ‘단어’ 하나가 특히 신경 쓰입니다. 애플 카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는 에밀리 슈버트(Emily Schubert) 수석 매니저는 “자동차 회사와 함께 차량 내 체험을 ‘재발명(reinvent)’하겠다”라고 말했는데 ‘재발명’이라는 단어는 애플이 중대한 변혁을 얘기할 때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하면서 “애플은 전화기를 ‘재발명’하려고 했다(Apple was about to reinvent the phone)”라고 말했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애플이 차량 내 체험을 재발명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은, 2023년 말 등장할 차세대 카플레이가 애플의 자동차 분야 진입에 있어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애플이 공개한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와 제휴 자동차 회사들

    아이폰의 정보·데이터 지배력,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자동차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지금까지 카플레이는 아이폰이 처리한 정보·데이터를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일방적으로 출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98%가 카플레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보급률을 자랑하는 것은 이 기능이 소비자에게 편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카플레이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주행 등 핵심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도입해도 당장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차세대 카플레이는 차량 주행 데이터를 아이폰이 자체적으로 처리해 차량 화면에 표시해 주는 식입니다. 그 결과, 기존에는 차량 중앙의 디스플레이에 아이폰의 기능만 구현될 뿐이었지만, 차세대 카플레이에선 자동차 계기판, 심지어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대형 디스플레이에도 아이폰에서 처리한 정보가 표시됩니다. 게다가 화면 디자인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갖고 있으면, 렌터카를 탔을 때도 자신의 아이폰을 그 렌터카에 연결하기만 하면, 평소 본인 소유의 차량에서 쓰던 화면과 같은 디자인의 차량 디스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차량의 주행 관련 데이터는 자동차 제조사만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차세대 카플레이 대응 차량을 만든다는 것은, 그 제조사가 자신들의 차량에 담긴 주행 데이터를 애플에 넘겨준다, 혹은 열어준다라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큰 변화인 동시에, 자동차회사로서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일 수 있습니다. 주행 데이터가 아이폰 쪽으로 넘어가게 되면, 애플이 종전보다 훨씬 깊은 수준으로 운전자와 접점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정보를 한정된 서플라이어에만 일부 열어줬습니다. 최근에 급속히 늘고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가 제대로 사업화에 이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자동차 제조사가 자사 차량의 핵심 데이터를 서비스업체 쪽에 제대로 공유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까지는 스마트폰 앱을 자동차에 연동한다고 해도 스마트폰의 정보와 자동차 정보 사이에는 아주 큰 벽 혹은 수준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세대 카플레이는 이 벽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인 것입니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도 테슬라는 논외입니다. 처음부터 자체 OS를 통해 중앙의 대형 패널 하나로 모든 차량 정보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테슬라처럼 독자 소프트웨어를 통해 UI를 개발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애플의 UI를 빌려 쓰는 것입니다. 2023년 말부터 달라질 카플레이가 자동차의 주행 데이터까지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에는 이것이 애플판 자동차 OS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애플은 자동차를 제조하는 대신, 애플 TV 같은 접근법을 취하게 될까?

    애플은 2014년 삼성 SDI와 자사의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인 “타이탄 프로젝트”에 채용할 각형전지에 대해 오랜 기간 실제적인 협의를 진행하며 실체화되는 듯했지만 타이탄 프로젝트는 2015년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늘 애플카에 대한 소식에 민감합니다. 애플의 전기차 시장 참여는 발표만 앞두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반면 개발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고, 일각에선 ‘애플카’라는 것이 실체가 있는 차량을 의미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애플카’가 반드시 실제 차량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근거로 애플 TV 사례를 들기도 합니다. 애플이 실제 화면이 있는 TV를 내놓을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결국 그런 제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 TV만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이른바 ‘애플카’라는 것이, 차세대 카플레이의 개념처럼, 카플레이에 참여한 자동차회사들의 최종 제품(그들의 자동차)을 통해 상품화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2022년 발표한 차세대 카플레이가 애플이 생각하는 미래차 혹은 미래차의 첫 단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동차회사들과의 공동 개발이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PC 메이커와 연합해 OS(윈도) 점유율을 확대한 뒤 서피스라는 독자 노트북·태블릿을 직접 제공하고 있고 구글이 스마트폰 업체와 연합해 OS(안드로이드)를 보급한 뒤 자체 스마트폰 제품군을 늘려나가고 있듯, 애플도 결국엔 ‘모빌리티 버전의 아이폰’을 내놓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애플이 차체·구동계까지 직접 설계한 ‘애플카’를 몇 년 안에 내놓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만, 차세대 카플레이의 중요성과 보급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한다면, 본격적인 애플카가 나올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차세대 카플레이에 대응한다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자사 차량의 핵심 데이터를 애플과 공유해야 하는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입니다. 애플로서는 자동차 제조사의 마음을 얻어야 빠른 기간에 보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면, 애플이 2025~2026년 정도까지는 차세대 카플레이에만 집중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 사이에 애플이 이른바 애플카를 내놓겠다고 선언한다면, 차세대 카플레이에 참여하는 업체들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차세대 카플레이 계획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애플이 애플카를 내는 것보다 아이폰과 기존 자동차와의 연결성을 지금보다 훨씬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아이폰·애플워치가 차세대 카플레이를 통해 전 세계의 많은 자동차와 사실상 하나의 제품 생태계로 엮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자동차 사용자 체험(UX)의 주도권은 누가?

    차세대 카플레이 제휴의 후보 기업 명단엔 벤츠, 포르셰, 아우디, 포드, 링컨,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인피니티, 아큐라, ·혼다, 르노, 볼보, 폴스타 등 무려 14개 업체가 들어가 있는데요. 일단은 애플이나 구글 수준의 소프트웨어·UI 개발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춘 기업도 있고 갖추지 지 못한 기업도 있습니다.

    이들 중에도 생각은 서로 다를 것이라 봅니다. 자체 능력이 너무 부족해 카플레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곳도 있을 것이고 자체 개발도 하고는 있지만 카플레이가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대세이니 일단 동참하고 보자는 쪽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애플과 협업한 후 애플을 벤치마킹해 결국엔 자체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쪽도 있을 겁니다.

    애플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98%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할 수 있고 신차 구매자의 79%가 카플레이 대응이 안되면 구입 차량 후보에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체 승부하려는 자동차회사로서는 자사 차량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차세대 카플레이를 배제할 것인가, 혹은 데이터 주권을 포기하고서라도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의 선택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14개 제휴 기업 후보는 차세대 카플레이와 관련해 애플과 협업하겠다는 것일 뿐, 실제로 자사 차량에 차세대 카플레이를 탑재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신차 98%가 애플 카플레이 지원가능 (좌), 신차구매자 79%가 카플레이 지원이 안되면 구매후보에 넣지 않는다고. (우)

    구글 역시도 2014년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발표했고,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가 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오토 대응 차량은 2022년 5월 기준으로 1억 5000만 대 이상이나 됩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기존의 애플 카플레이와 유사합니다. 안드로이드폰의 정보·데이터를 차량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로 출력하는 개념입니다. 구글은 여기에 더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OS인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Android Automotive)’도 보급하고 있습니다. 볼보, 폴스타, 쉐보레, GMC, 캐딜락, 르노, 혼다가 탑재하기로 했고 2023년 하반기에는 포드와 링컨도 구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2023 년 CES에서 발표한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도 애플의 카플레이처럼 계속 진화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자동차회사는 주행성능이나 승차감, 안전, 환경 쪽에 주력하는 한편, 유저와의 접점은 애플·구글에 맡기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즉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에 자동차 회사가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어 점점 커질 모빌리티 데이터 사업에서 애플이나 구글에 종속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우려한 도요타, GM, 현대차 BMW 등은 자체 O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Arene이라는 OS를 BMW는 IDrive, 현대차는 ccOS라는 O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VW과 벤츠는 애플 차세대 카플레이 제휴회사 목록에 로고를 올렸지만 VW.OS, MB.OS라는 자체 O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애플과 구글이라도, 테슬라처럼 스스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자동차)를 다 하지 않는 이상, 자동차회사 차량의 핵심 데이터에 접근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애플, 구글과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가 시장 선점을 위해 격렬한 전투를 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궁극적으로는 완전자율주행까지 가겠지만, 완전자율주행이 안 되는 시점에서도 애플이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만족, 차별화 포인트는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모바일 생태계에서 한번 빠지면 탈출이 어렵다는 애플의 매력을 차량에서도 더욱 끌어올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전체 모빌리티 생태계 사용자와 수익이 늘어난다면, 애플카와의 연결에 개발비를 쏟아부어도 다른 기업에 비해 더 쉽게 비용 회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M2칩의 탑재 디바이스 확대, 결국 애플카로 연결될 것

    또 많은 전문가들이 애플카의 핵심 중 하나로 고성능 AI프로세서를 꼽습니다. 애플은 기존에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했었지만 맥북부터 자체 개발의 M1 칩으로 바꿨고,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맥 최신형까지 M2 칩을 공통으로 넣기 시작했습니다.

    . 애플의 M2칩

    애플의 독자 프로세서도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제품·서비스 생태계를 자동차와 연결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같은 설계 칩을 사용함으로써,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와 애플카를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애플 프로세서는 강력한 성능과 저전력을 양립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고성능·저전력은 애플카에서도 큰 강점이 될 겁니다. GPU·AI기업인 엔비디아가 소형·저전력 프로세서 설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ARM을 거액에 사들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독자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테슬라와 애플의 결정적 차이

    테슬라도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처음에는 모빌아이와 엔비디아 등 외부 업체 것을 썼지만 프로세서를 독자 설계해 장착한 것이 많은 이점이 있어서 자체 설계하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와 애플의 결정적 차이점이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체 프로세서를 많이 쓸 곳이 자사의 전기차 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고성능 칩을 개발해 1년에 100만 개 단위로 파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볼 때는 전 세계 자동차시장 1억대도 작습니다. 시장 전체를 먹을 수는 없고, 기껏해야 1000만 대 단위일 텐데, 그 정도로는 볼륨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자동차 전용의 고성능칩을 만들어 충분히 돈을 버는 게 어렵습니다. 테슬라가 어떻게든 외부에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팔아보려고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볼륨이 너무 작아 개발비 회수가 어렵고 추가 개발을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외부에 팔아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애플은 어떨까요? 최근 개발한 자체 프로세서 M2 같으면, 자사 대부분의 모바일 디바이스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맥북, 아이맥, 아이패드까지는 이미 탑재했습니다. 아이폰에도 M2을 탑재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칩의 연간 생산량이 억 단위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자기 제품 생태계가 넓기 때문에, 굳이 외부와 협업하지 않고도 고성능·저전력에다 애플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칩의 ‘규모의 경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독자 프로세서 전략은 이미 전기·자율주행차에 대비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일론 머스크가 몇 년 전 테슬라가 망할 뻔했을 때, 인수 후보로 애플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머스크가 몇 년 전에 보기에도 애플이 가장 위협적이었을 테니까요.

    테슬라가 가진 강점

    물론 테슬라는 애플이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깔아놓은 400만 대의 자사 차량 중 상당수를 통해 실제 도로 환경의 ‘리얼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여 자사의 자율주행기술 알고리즘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애플이 넘보기 어려운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테슬라는 수십만 대 단위의 자율주행기술 ‘테스트카’와 ‘테스트 드라이버’를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그 차량은 테슬라가 오히려 돈을 받고 일반 소비자에게 판 것이고 수많은 차량 구입자들이 무료로 테스트 드라이버 역할을 해주며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동참해 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테슬라는 폭넓은 자체 고속충전망을 보유하고 있고, 솔라시티라는 태양광에너지 기업을 통해 친환경에너지 사업과 전기차 비즈니스를 연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로켓기업 스페이스 X를 통해 2025년까지 스타링 크라는 1만 2000개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전 지구를 5G 이상의 자체 통신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구상까지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테슬라, 솔라시티, 스페이스 X를 총괄하는 머스크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면, 모빌리티, 에너지, 통신이라는 인류 3대 비즈니스를 하나로 묶는 원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될지 모릅니다.

    태슬라의 솔라시티와 스타링크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테슬라가 에너지, 통신, 그리고 인류의 화성 이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모빌리티 하나에만 집중하면, 결국 애플을 이기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머스크가 실력과 비전을 섞어 세상을 자기 의도대로 따라오게 만든 뒤, 또 한 번의 판 뒤집기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이 자동차 판에 뛰어들어 자신이 이룩한 ‘테슬라 제국’을 무너뜨리기 전에, 제국의 성벽을 더 높이 쌓을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출처: 완전히 달라질 애플 카플레이… 자동차 회사엔 공포인 까닭 [최원석의 디코드]

  • 2023. 5. 6

    요약:

    지금까지 자동차는 내연기관뿐 아니라 전기차도 하드웨어 성능으로 경쟁을 하는 하드웨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의 자동차는 OTA(Over The Air)를 통해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하드웨어 성능까지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SDV (Software Defined Vehicle)가 될 것이다. OTA가 가능한 SDV가 되어야만 앞으로의 전기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고 CASE로 표현되는 미래 모빌리티 혁명의 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경쟁보다는 당장 전기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결정하게 될 SDV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혁명의 전제조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미래 자동차 산업을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CASE(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를 언급하면서 모빌리티혁명이나 모빌리티서비스의 장미빛 미래를 얘기합니다. 하지만, 왜 모빌리티서비스의 사업화로 돈 벌었다는 얘기가 안나오는 걸까요?

    그 이유는 지금 모빌리티시장 상황이 ‘스마트폰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모바일서비스로 돈을 벌겠다고 다들 나서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그 서비스를 제대로 받아줄 ‘디바이스’가 있어야합니다. 핸드폰 세상에 피처폰만 있는데, 앱 생태계 기반의 모바일서비스가 이루어질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빌리티 혁명의 장밋빛 미래가 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자동차, 즉 자동차판 스마트폰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가 나와야 합니다.  

    SDV는 모바일 혁명을 가져온 스마트폰처럼 모든 기능이 중앙에서 통제되고 무선 업데이트로 기능이 개선되고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가는, 그런 “스마트폰화한 자동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하드웨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성능은 물론, 감성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규정하는 시대가 곧 올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완전자율주행시대가 오기 전에 자동차 세상을 먼저 바꾸게 될 것입니다.

    운전의 책임소재까지 기계로 넘어가는 완전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나 2030년 전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DV가 우리의 자동차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SDV에 근접한 테슬라의 압도적인 수익률

    이미 테슬라의 차량은 SDV라 봐도 손색이 없습니다. 테슬라의 2022년 영업이익률은 16.8%로 도요타 (6.7%), 폭스바겐 (8.1%)등 기존의 자동차회사들의 영업이익 보다 높습니다. 도요타나 폭스바겐은 아직까지 내연기관이 주 수익이므로 테슬라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 인지 좀 더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2022년에 판매된 EV차량의 판매당 순이익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테슬라의 수익은 SDV라고 할 수 없는 경쟁사들의 전기차들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팔면 팔수록 적자인 회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순이익면에서 테슬라 다음인 GM과 비교하더라도 4.45배 많은 9574달러입니다.

    년도별 테슬라의 차량 판매당 수익 ( 좌 ), 2022 년 각 회사의 EV 차량 판매당 수익비교 ( 우 )

    연간 8000만~9000만 대가 판매되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2022년에 131만 대를 팔았던 테슬라가 자동차산업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도, 또한 다른 전기차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이유는 테슬라 차량이 전기차일뿐 아니라 SDV이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혁명이 오려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보급이 우선되어야 한다.

    테슬라와 같은 SDV가 등장했다고 우리가 기대하는 모빌리티혁명이 바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SDV를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일부 자동차가 아닌 다수의 자동차가 SDV가 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SDV에 근접한 차량은 테슬라가 유일한데 2023년 4월 테슬라의 누적판매량이 400만 대를 넘어섰으니 전 세계의 SDV는 400만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숫자를 10억대라 치면, 결국 이 가운데 스마트폰에 근접한 기능의 자동차는 0.4%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입니다.

    모빌리티 혁명이 모바일 혁명보다 속도가 느린 다른 이유는 제품교체주기의 차이 때문입니다. 휴대폰은 1~2년마다 새 제품으로 바뀌기 때문에 불과 몇 년 만에 스마트폰이 시장의 주류가 되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지만, 자동차는 교체주기가 길고 시장에 깔려 있는 차도 너무 많기 때문에 모바일혁명만큼 모빌리티 혁명은 빨리 일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모빌리티 혁명을 대표하는 CASE 중 가장 많이 얘기되는 것이 Autonomous 즉 자율주행입니다. 현재 자율주행은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지만 운전의 책임소재까지 기계로 넘어가는 완전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나 2030년 전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에 앞서 훨씬 빨리 그리고 차근차근 우리 자동차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SDV가 될 것입니다.

    SDV의 가장 큰 특징과 기능은 OTA(Over The Air) 즉 차량의 기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무선 업데이트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도 내비게이션 지도 업데이트 정도를 해주는 SOTA (Soft OTA)는 있었지만  SDV는 SOTA는 물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하드웨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FOTA (Firmware OTA)가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OTA가 되는 SDV가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근간을 바꾸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혹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자동차, 그리고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의 하드웨어 기능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기능을 향상하는 것이 자동차산업에서 향후 몇 년간 급격히 일어날 일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테슬라 차량이 이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DV와 OTA: 테슬라의 이상한 ‘주행거리 역전’

    지난 2021년 4월 7일  ‘테슬라 모델 Y, 이상한 주행거리 역전… 환경부, 해명 요구’라는 기사가 한겨레 신문에 보도되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테슬라 모델 Y의 ‘주행거리 역전 현상’에 대해 환경부가 소명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테슬라의 자체 시험 결과 고속도로에서 상온보다 저온 주행거리가 더 긴 것으로 측정됐는데, 일반적인 현상은 아닌 만큼 ‘주행거리 부풀리기’가 의심된다는 취지였습니다.

    테슬라 모델 Y 의 상온과 저온의 주행거리 비교

    환경부에 따르면, 테슬라가 제출한 모델Y 롱레인지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중고속도로 주행의 경우는 상온에서 488.5㎞, 저온에서 491.7㎞로 상온보다 저온에서 더 길게 주행하는 걸로 보고되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통상 전기차는 상온보다 저온에서 측정한 주행거리가 더 짧습니다. 그러나 테슬라의 측정결과는 이와 반대로 나온 셈입니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조사한 차량 중 이런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은 모델 Y가 처음이었습니다. 환경부가 이러한 현상을 ‘주행거리 부풀리기’로 의심하는 데에는 테슬라가 과거에 겨울철 주행거리 단축 문제로 굴욕을 당한 적이 있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모델 3 롱레인지 구형의 경우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의 61% 수준에 불과해서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언급되며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델 Y에서는 상온보다 주행거리가 역전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니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개선이 가능했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열(熱)의 사령탑 옥토밸브(Octovalve)

    여기에 대한 해답은 일본에서 발행하는 ‘닛케이 모노즈쿠리’ 2021년 2월호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를 통해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매체는 “열(熱)의 사령탑 옥토밸브(Octovalve), 테슬라가 묻는 소프트웨어시대의 하드웨어”라는 제하의 기사에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자사의 최신 차량인 모델 Y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꼽는 것이 ‘옥토밸브’라 명명된 전기차의 중앙집중형 열관리 시스템입니다. 옥토밸브는 냉난방·배터리·파워트레인·ECU(전자제어유닛) 등, 쿨링이나 히팅이 필요한 부품의 열관리를 합니다. 조건에 따라 쿨링·히팅의 모든 회로를 옥토밸브와 연결해 열의 이동경로를 바꾸는 거죠.”

    테슬라 Y에 탑재된 옥토밸브

    자동차는 공조나 배터리 등 부품마다 독립된 쿨링·히팅의 회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델 Y는 옥토밸브를 통해 차량 전체의 열을 통합관리합니다. 라틴어로 ‘8’을 뜻하는 ‘옥토’가 들어간 건 밸브 내부에 8개의 통로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를 통해 12종류의 히팅 모드와 3종류의 쿨링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저온 주행 시엔 모터·인버터·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내 난방용으로 활용하는 식이죠. 이런 중앙집중형 열관리 시스템의 장점은 기능을 통합해 관련 부품수를 줄이고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즉 품질·성능 향상과 원가절감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우선 들 수 있을 텐데요. 한국 환경부가 지적한 모델 Y의 저온에서의 주행거리 역전현상은 옥토밸브 적용을 통한 효율적인 열관리로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옥토밸브의 진가: OTA를 통한 성능향상

    하지만 옥토밸브의 진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OTA(Over The Air)와 조합했을 때 나오는 파괴력입니다. 테슬라 차량은 거의 모든 기능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전기·전자 아키텍처(E/E Architecture)’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옥토밸브의 성능도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향상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무선 업데이트가 자유롭게 되는 SDV·OTA와 연결된 차는 해당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운전보조장치 기능만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물리적인 기능까지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테슬라의 주행보조기능을 담당하는 통합 전자제어유닛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판매된 이후에 소프트웨어로 성능 업그레이드 일상화될 것

    차량이 판매된 이후에도 제어 알고리즘을 개선해 열관리시스템의 하드웨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것과 같은 FOTA (Firmware OTA) 기술을 적용한 차량은 테슬라가 처음이었습니다. 이 기술들은 기존 시스템의 연장선이 아니라, OTA를 전제로 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 시대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테슬라는 “OTA가 자유로운 SDV”라는 자사 차량의 장점을 앞으로도 계속 확대 적용시켜 나갈 것이고 이것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SDV, OTA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DV가 아닌 전기차의 비효율성

    SDV가 아닌 전기차, OTA가 안 되는 전기차일 경우, 차량의 열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를 판매한 이후에 해당 차량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싶다면, 해당 차량을 자사의 AS센터로 불러 모아 하드웨어 자체를 통째로 교환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시스템 자체를 뜯어내 새로 바꾸는 건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이런 작업이 쉬운 게 아닙니다.

    2020~2021년에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의 발화가능성 문제로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현대의 전기차 코나EV화재 (좌), 화재 원인 분석보고서 (우)

    여기에 장착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제품이었습니다. 책임 소재가 BMS의 결함이냐 셀의 결함이냐를 놓고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 솔루션간 한동안 많은 논쟁이 있었고 결국 차량 리콜을 통해 BMS를 조절하여 충전 전압을 낮추고 문제점이 발견된 배터리는 교체를 해주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총 리콜 비용이 1조 4천억 원이 들어갈 만큼의 엄청난 손실이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와 LG에너지 솔루션 배터리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SDV가 아닌 전기차, OTA가 잘 안 되는 전기차의 한계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차량을 리콜하여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거나 부품 전체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무형의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또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더 큰 일입니다. 그러나 테슬라처럼 SDV이면서 OTA가 구현되는 차라면, 열관리시스템과 배터리관리시스템 등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통합관리해 화재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테슬라를 제외하고 현재 판매되는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대부분은 SDV로 개발되지 않은 전기차들입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전기차의 기능을 잘 해내고 있지만 OTA부분에서는 테슬라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앞서 언급한 옥토밸브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겨울철 주행거리 향상을 이룬 것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전기차의 하드웨어적 경쟁력 즉 주행거리 향상이나 충전기능 향상 등에서도 왜 소프트웨어가 핵심이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핵심부품 내재화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테슬라 같은 회사는 SDV의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OS), 그리고 OS를 구동하는 중앙집중형 ECU(전자제어유닛), 그 ECU의 핵심인 고성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스스로 다 설계해 핵심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의 열관리나 배터리관리의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핵심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한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의 기능을 중앙에서 통합제어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동차 고유의 주행특성도 소프트웨어가 규정한다

    SDV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주행성능 등 차량 고유의 특성과 감성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이런 특성을 정립하기 위해 자동차회사들마다 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예를 들어 BMW의 주행감은 그 자체가 BMW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입니다. BMW는 브랜드 로고와 함께 Sheer Driving Pleasure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라는 주행감성을 자사의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그럼 SDV 시대에는 이런 주행감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고성능 동력 장치는 기본으로 제공하고, 그 이후 소프트웨어적으로 주행성능의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만 구입해 차량의 주행감을 새롭게 즐기거나 더 높은 주행품질을 맛볼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OTA가 일반화된 IT 업계에선 이미 상식입니다. 충분한 성능의 하드웨어는 기본 제공하고, 이후 OTA를 통한 서비스로 돈 번다는 개념이 자동차에서도 점점 일반화될 것입니다. 결국은 점점 더 많은 차량이 OTA가 가능한 SDV로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OTA가 제대로 구현되는 SDV는 테슬라 차량 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테슬라를 또 예로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테슬라 차량에는 여러 가지 운전자 지원 기능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테슬라 모든 차량들에는 주행 보조 패키지인 오토파일럿이 탑재돼 있습니다. 오토 파일럿에는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TACC(Traffic Aware Cruise Control), 차선 유지를 돕는 ‘오토스티어(Autosteer) 기능이 포함돼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 오토파일럿 기능에 자동 차선 변경과 자동 주차, 스마트 차량 호출 기능을 추가해 ‘향상된 오토파일럿'(Enhanced Autopilot) 패키지를 6000 달러에 판매 중입니다.

    테슬라의 가장 비싼 운전자 지원 옵션인 FSD (Full Self-Driving)는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에 따라 차량을 멈추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 내비게이션 경로를 기반으로 고속도로 진출로 및 출구로 안내하는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Navigate on Autopilot)’ 등을 추가로 갖추고 있고 이를 1만 5천 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FSD소프트웨어를 사면 OTA를 통해 성능이 계속 향상되고 앞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추가비용을 받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준다고 합니다.

    테슬라의 ‘향상된 오토파일럿'(Enhanced Autopilot) 팩키지와 FSD 패키지 판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테슬라의 모든 차량에는 소비자가 FSD 소프트웨어를 사든 말든, 이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고성능 컴퓨터와 각종 센서가 기본 탑재돼 있다는 겁니다. 다만 소비자가 소프트웨어를 사면 그 하드웨어가 활성화되는 것이고, 사지 않으면 그 성능을 봉인하는 식입니다. 그랬다가 소비자가 차량 구입 이후라도 마음이 바뀌어 FSD를 구입하면, 그때 가서 봉인을 풀어주는 겁니다. 100원 단가 차이에 벌벌 떠는 기존 자동차회사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자동차회사로서는 소비자가 쓰지도 않는데 수백만 원짜리 컴퓨터를 달아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FSD 사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전기차는 충분한 성능의 구동시스템을 기본으로 넣어주고, 판매 이후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주행성능을 높이거나 성격을 바꿔주는 상품을 팔 수도 있겠죠. 하드웨어는 어떤 그레이드의 차량에나 기본으로 주고, 나머지 소비자의 만족을 높여주는 것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적으로 따로 돈을 받고 해결하는 겁니다.

    앞으로의 전기차는 OTA가 되는 차와 안 되는 차로 나뉠 것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모빌리티혁명, 모빌리티서비스로 가기 위해선 OTA가 되는 SDV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모빌리티혁명이 오기 전에 자사의 차량이 다른 회사의 전기차와 달리 OTA가 되는 SDV라는 매력을 높여 판매·보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위해 폭스바겐은 폭스바겐 그룹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SDV기반의 전기차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개발하고 있고 여기에 사용될 OS인 VW. OS개발을 위해 그룹 내 소프트웨어 개발 인원 5천 명을 한데 모아 “카리아드” (Cariad)라는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벤츠는 처음에는 테슬라처럼 OS와 ECU도 모두 자체 개발을 할까? 했지만 자사 엔지니어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서 현재는 엔비디아와 제휴하여 테슬라와 같은 통합형 ECU에 들어갈 반도체를 개발 중입니다. 소프트 웨어 역시 엔비디아와 협력해 벤츠 독자시스템인 MB-OS를 개발 중이고 2024년부터 자사에서 나오는 모든 신차에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한 OTA 기능을 기본 탑재할 예정입니다.

    현대 자동차는 2022년 10월에 “Unlock the Software Age” 행사를 통해 기업의 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체제로 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10월에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Unlock the Software Age)’ 행사를 통해 기업의 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체제로 변화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Firmware OTA가 가능한 SDV로 대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SDV개발 전략들은 앞으로 전기차의 하드웨어 성능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차별점을 주기 어렵고, 반드시 OTA가 되는 전기차여야만 충분한 매력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은 모빌리티서비스나 자율주행의 주도권을 잡는 것에 앞서, 자동차회사로서 전기차를 많이 팔 수 있을 것인지와 관련된, 즉 당장의 생존에 대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자동차회사는 고객에게 이렇게 선전하게 될지 모릅니다. “저희 회사 차량을 구입하시면 타면 탈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로켓처럼 튀어나가는 가속력을 느끼고 싶으세요? 100만 원만 지불하세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당신의 차가 새로 태어납니다”라고요.

    당장의 SDV·OTA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일부 인포테인먼트 기능만이 아니라 차량의 물리적 기능까지 OTA로 개선할 수 있는 차량은 아직 테슬라뿐입니다. 따라서 당장 업계에서 벌어질 일은 자율주행 경쟁보다는 SDV 경쟁, OTA 경쟁이 될 겁니다. 여기에서 뒤처진다면, 전기차 경쟁에서도 이기기 어렵고 그 이후에 벌어질 모빌리티서비스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SDV·OTA를 통한 전기차의 성능 경쟁, 그 이후의 단계는 진정한 모빌리티혁명, 즉 모바일혁명과 같은 각종 서비스 생태계의 폭발일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애플이 아직 공식적으로 SDV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음에도 애플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는 이유일 겁니다.

    출처: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자동차의 7가지 미래 [최원석의 디코드]

  • 2023. 4. 30.

    요약:

    인류에게 모바일 통신을 가능하게 해 준 핸드폰은 과거에는 주요 경쟁력이 통신기능이었지만 현재는 움직이는 소프트웨어플랫폼으로의 기능이 주요한 경쟁력의 척도가 되었습니다. 자동차 역시 미래에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기본이고 SDV (Softweare Defined Vehicle)라고 불리는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고 미래 자동차 산업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쟁무대는 더 이상  동력원이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이 될 것입니다.

    동력원은 자동차 회사에 있어서 더 이상 목표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선점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의 동력원은 최대한 단순하고 저렴하며 제어가 쉽고 하나의 설계로 다양한 종류의 차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확장성(scalability)이 뛰어난 것이 선택될 것입니다.

    각 나라의 산업구조와 환경에 따라 여전히 다양한 동력원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전기차로 미래의 동력원은 귀결될 것입니다.

    미래 모빌리티의 두가지 큰 축: 탄소제로와 CASE

    미래 모빌리티탄소제로와 CASE의 적합성여부를 따져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듯이 미래 자동차 산업은 “탄소제로”와 “CASE”라고 불리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두 가지 큰 축으로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 자동차 특히 승용차를 위해 어떤 동력원이 적합한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탄소제로에 적합한 동력원

    탄소제로에 적합한 동력원을 생각할 때 보편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전기차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제로 정책을 추진하는 유럽은 2035년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신규 내연기관차량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었습니다. 이는 2035년 이후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전부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다양한 자동차의 파워트레인들

    EU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량 판매금지 승인 그러나 e-Fuel사용 내연기관은 예외.

    유럽 집행위원회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2023년 3월 초에 최종 승인하려고 했지만 내연기관 기술 및 산업의 영향력이 매우 큰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불가리, 루마니아등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이들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구조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이 조치가 자국 자동차 산업에 치명타가 될 거라고 생각해 반대해 왔습니다. 이 나라들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내연기관 자체는 연료를 태워 동력을 만드는 기계 장치일 뿐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내연기관은 유지하되 사용되는 연료를 e-Fuel이나 Bio-fuel로 바꾸자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독일이 주장하는 e-Fuel은 ‘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로, ‘재생 합성 연료’ 혹은 ‘탄소 중립 연료’라고 불립니다. e-Fuel은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물(H₂O)을 전기 분해해 얻은 그린수소(H)와 대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CO₂), 일산화탄소(CO)등을 포집한 후 합성하는 탄화수소연료로 “e-가솔린”, “e-디젤”, “e-메탄올” 등입니다. e-fuel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화석연료와 같은 성분이기 때문에 탄소를 배출하지만 연료를 생산하는 단계에서 대기 중에 탄소를 포집한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e-fuel 의 제조 과정

    독일과 이탈리아는 유럽 집행위원회에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 조항에서 각각 e-Fuel, Bio-fuel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량은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2023년 3월 28일 EU집행위는 이탈리아의 Bio-fuel은 미수용했지만 독일이 주장한 e-Fuel 사용 차량은 예외로 수용하며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신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 개정안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포르쉐는 지멘스와 바람이 많이 부는 칠레 푼타 아레나스 지역에 풍력설비를 갖추고 전기를 만들어 e-Fuel 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었다 . 칠레 푼타 아레나스 지역의 풍력발전설비 ( 좌 ), E-fuel( 중 ), 포르세 차량이 e-fuel 을 주유하는 모습 ( 우 )

    이번에 승인된 유럽연합의 “EU 탄소감축 입법안(‘Fit for 55’)”개정안은 전 세계 탄소제로 정책 중 가장 적극적이라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도 지역마다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향후 이 방안에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승인한 동력원을 통해 미래에도 사용될 동력원을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있습니다. 전기차는 사용하는 에너지원에 따라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차로 나누어집니다. 다음으로는 내연기관이 있습니다. 더 이상 석유나 디젤의 화석연료를 그대로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엔진차와 탄소를 배출하지만 공기 중에 탄소를 포집하여 그린수소와 합성한 연료인 e-fuel을 사용하는 엔진차량도 탄소제로의 동력원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HEV, PHEV는 Fit for 55에 따라 2035년부터 유럽에서는 판매할 수 없지만 탄소배출량이 엔진만 사용하는 차량에 비해 적기 때문에 유럽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2035년 이후에도 자동차의 동력원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탄소제로를 위한 파워트레인은 전기차로 귀결될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자동차의 메이저 시장이라고 할만한 미국과 유럽 중국시장의 자동차 파워트레인별 2035년까지의 점유율 예측을 나타낸 것이다. 지역별로 지정학적 정치 경제학적 편차는 있겠지만 탄소제로를 달성하기위해서는 결국 전기차로 전환될수 밖에 없다.

    지역별 자동차 파워트레인 점유율 예측

    CASE에 적합한 동력원

    탄소제로를 실현할 수 있는 이러한 다양한 동력원 중 최종적으로 어떤 쪽이 미래 모빌리티에 가장 적합한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CASE의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벤츠의 디터 제체 (Dieter Zetsche) 당시 CEO는 미래의 모빌리티는 일명 CASE라고 불리는 연계성(Connectivity), 자율주행 (Autonomous) 공유 (Sharing), 전동화 (Electrification)의 4가지 핵심 기술을 통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CASE의 발전 방향은 먼저 E(전기차)에 집중하고, 그다음에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C(커넥티드) 즉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을 보급해 S(공유·서비스)로 돈을 벌고, 최종적으로 A(자율주행)를 완성해 나가는 순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6 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 벤츠의 디터 제체(Dieter Zetsche)당시 CEO는 CASE( 커넥티드, 자율주행, 차량공유, 전기차 )라는 용어를 들고 나왔다

    탄소제로를 고려하고 CASE를 고려할 때 어떤 동력원이 가장 적합한지는 어느 쪽에 돈과 인력이 쏟아져 들어가는지, 그리고 업계 선도기업들이 지금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가 고평가 됐다고 말이 많지만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2023년 3월 기준  33조 9천440억 위안(5700억 달러)입니다. 이는 2022년 6조 8천500억 위안(9090억 달러)에 비하면 떨어진 수치이기는 하지만 1.6조 위안(31조 엔)인 도요타나 6895억 위안 인 BYD, 6274억 위안(822억 유로)인 폭스바겐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이를 볼 때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2022 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 ( 좌 )및 2021 년 국가별 전기차 판매량 ( 우 )

    특히 폭스바겐은 “미래차를 전기차로 일원화한다”라고” 못 박고 2025년에 연간 150만 대, 2030년에 자사 신차 판매의 50%(약 500만 대)를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외에도 벤츠와 BMW, 볼보등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개발·투자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GM에 이어 포드, 스텔란티스도 한국 배터리업체와 합작해 거액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전기차에 미온적이었던 도요타조차 배터리 개발·생산에 16조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연간 200 GWh(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내재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연간 3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규모입니다. 2021년 10월엔 이 계획의 1탄으로 북미에 4조 원을 투입해 자체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폭스바겐의 전 CEO 인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는 2025 년에 연간 150 만 대 , 2030 년에 자사 신차의 50%( 약500 만 대 )를 전기차로 팔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해 자사의 전기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2025 년까지 쇄신한다고 밝혔다 .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핵심은 동력원이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전통적인 승용차 산업에서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을 나타내고 이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주는 주요 기술은 동력원이었지만 앞으로 미래 승용차 산업에서 더 큰돈을 벌 기회는 동력원이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있습니다.

    미래 모빌리티의 가치 변화

    현재미래
    – 운전이 중심행위로 목적지 향해 조금 더 빠르게 가기 위한 이동수단

    – 운전을 하며 달리는 재미와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

    – 움직이는 자산: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거나 과시의 수단
    – 운전행위가 사라짐. 운전한다가 아닌 이용한다로 바뀌어 더 이상 운전면허 필요 없음.

    – 이동 수단의 가치를 넘어 생활 공간의 가치가 커짐. (휴식, 엔터테인먼트, 업무 등)

    – 직접 소유 불필요 (소유가 아닌 공유형으로 변화)

    –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되는 커다란 IT 디바이스

    이 대 전환기에 제대로 대처하고 최종적으로 승리하려면, ‘동력원’을 모빌리티 서비스에 가장 적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즉 모빌리티 서비스를 잘 구현할 수 있도록 구조가 단순하고 원가인하 여력이 높아야 합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이러한 요구를 가장 잘 만족시킬 수 있는 동력원이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눠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복잡성 문제 해결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승용차 회사들이 전기차에 올인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미래 차량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는 ‘디바이스’ 역할을 해야 합니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잘 구현하려면 차량을 컴퓨터·전자제품화해야 합니다. 구동에 관계된 부분은 구조가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앞서 언급한 탄소제로에 적합한 동력원 중 가장 단순한 구조의 차량은 전기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종 동력원의 구조 비교

    특히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모터의 회전을 제어하는 전기차는 엔진을 제어하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시간 지연이 없이 제어가 쉽고 빠릅니다. 따라서 독일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던 e-fuel이나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차량에 비해 전기차는 미래 모빌리티에 훨씬 더 유리합니다.

    HEV나 PHEV 역시 전기차에 비해 복잡하고 섬세한 시스템입니다. 이 차량들은 ‘배터리·모터’와 ‘엔진·변속기’ 즉 전기차와 내연기관 시스템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HEV나 PHEV대비 전동 시스템으로 일원화 돼 있는 전기차, 어느 쪽이 더 단순하고 제어가 쉬운지는 자명합니다.

    하이브리드카의 또 다른 문제점은 너무 복잡하고 정교해서 보급에 제약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기차는 범용으로 쓰기에 적합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확장성(scalability)이 좋습니다. 하이브리드카는 그렇지 못합니다. 도요타 이외의 자동차 회사가 THS(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를 채택한 사례는 도요타와 자본제휴를 하고 있는 마쓰다와 스바루 두 건에 불과합니다. 그중에 마쓰다가 THS를 도입했다가 곤욕을 치른 사례가 유명합니다. 마쓰다는 준중형차 마쓰다 3의 전 모델인 악셀라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했었습니다. 도요타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라 모든 기술을 제공받았지만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서 마쓰다 엔지니어들이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도요타 차량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제품이 나오고 말았었습니다.

    도요타 이외에 제대로 된 풀 하이브리드카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회사는 혼다와 현대·기아차가 있습니다. 그러나 혼다와 현대·기아차도 하이브리드에서 차츰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니까 만들고는 있지만 냉정히 말해 도요타만큼의 성능 대비 원가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판매 현황을 보면 극명합니다. 하이브리드카 보급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도요타 이외에는 보급이 부진합니다. 2021년에 전 세계에서 269만 대의 하이브리드카가 팔렸는데 이 가운데 도요타가 191만 대, 혼다가 47만 대를 팔았습니다.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판매의 88%를 두 회사가 차지한 겁니다. 특히 도요타는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의 71%를 차지했습니다. 즉 다른 업체 대부분이 찬동해주지 않은 채로 20년 넘게 도요타 혼자 뛰고 있는 셈입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문제가 훨씬 심각합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기본적으로 전기차입니다. 전기차보다 용량이 적긴 하지만 배터리도 탑재돼 있습니다. 그 위에 복잡한 연료전지 시스템을 추가로 얹은 형태이지요. 전기차에 비해 훨씬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구조도 복잡하지만, 대량의 수소를 생성해 이를 차량에 주입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기술적 난제가 상존해 있습니다. 어디서든 기존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되고 효율도 높은 전기차대비 어려운 길입니다.

    수소 활용의 유리함으로 본다면, 폭스바겐 같은 유럽 자동차회사들이 아시아 회사보다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에 적극적이어야 할 겁니다. 아시아 지역보다는 유럽에 ‘그린수소’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전체 전력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 이를 저장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남은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이른바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만들어 놓았다가 필요할 때 전기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해 그린수소를 만들기 어려운 중국, 한국, 일본에선 수소연료전지차의 환경 친화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소를 생산할 때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유럽에 비해 수소 경제를 통한 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유럽은 그린수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에 따른 CO2실질삭감 효과가 훨씬 클 텐데도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수소연료전지차보다는 전기차로 방향을 정하고 있습니다.

    아우디의 올리버 호프만(Oliver Hoffmann) 개발총괄은 2021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아우디는 수소 연료전지차나 합성연료도 오랫동안 개발해 왔지만 이를 중단했습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매우 뛰어난 기술이지만, 큰 결점이 있습니다. 연료인 ‘그린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량의 신재생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풍력 등으로 만들어진) 전력을 사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로 변환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손실됩니다. 즉 에너지를 절약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배터리 전기차입니다. (아시아에 비해 훨씬 풍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이 한정돼 있는 그린수소는 우선 철강이나 시멘트 등 소재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배터리 전기차라는 효율이 좋은 해답이 있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수소연료전지차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10년, 아니 20년은 배터리 전기차가 정답입니다.”

    폭스바겐 승용차 부분 CEO인 토마스 쉐퍼(Thomas Schafer) 도 2023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수소연료전지는 수소 탱크 부피 때문에 승용차보다는 트럭이나 버스와 같은 상용차에 더욱 적합합니다. 향후 10년 동안 폭스바겐에서 수소차를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뿐 아니라 최근까지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해 왔던 벤츠도 이를 포기하고 수소차 개발 부문을 외부의 다른 상용차 회사에 넘긴 상태입니다.

     BMW는 2023년 초에 첫 수소연료전지차 시제품인 IX5 하이드로젠을 100여 대 제작해 시범 운영 중입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총괄한 BMW 그룹 수소 기술 및 차량 프로젝트 총괄 위르겐 굴트너(Jürgen Guldner) 박사는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 기술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동력원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추가되는 것입니다”라고 언급을 했습니다.

    2. 원가 인하의 여력

    내연기관차는 성숙된 기술이라 추가 개발비가 덜 들어가고 마진 폭도 큽니다. 반면 전기차는 이제부터 수조 원,, 수십조 원 단위 투자가 계속돼야 하며 투자비 회수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전기차로 바뀌게 되면, 기존 인력과 엔진 중심 동력원을 통해 축적한 내부 자산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도요타가 수소엔진 차량을 개발하고 독일이 e-fuel을 이용하는 내연기관차량을 미는 이유 중에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구축된 내연기관의 생태계를 크게 바꾸지 않고 기존의 인력과 자산을 많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은 왜 수소연료전지차나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합성연료등을 사용하는 내연기관등의 다양한 동력원을 준비하지 않고, 다소 불안하게 보이는 전기차 일원화 전략을 택하게 됐을까요? 그리고 왜 시간이 흐를수록 폭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미래 동력원을 전기차로 일원화하게 될 수밖에 없을까요?

    엄격해지는 환경규제로 내연기관의 원가는 더욱 상승

    두 번째 이유는 내연기관차량의 원가 구조가 시간이 갈수록 전기차 대비 불리해진다는데 있습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대비 구조의 단순성, 공용화의 용이성,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원가를 인하할 수 있는 폭이 크다는 부분 외에 근본적으로 내연기관은 점점 가혹해지는 연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로 6와 유로 7의 규제 비교

    규제 내용Euro 6 (현재)Euro 7 (2025년부터)
    질소산화물 배출80mg/km60mg/km
    브레이크 입자배출규제 없음7mg/km
    타이어 미세플라스틱 배출규제 없음규제 있음 (수치 미정)
    오염물질 입자기준23nm 까지 측정10nm 까지 측정
    배출 물질 요건 준수기간주행거리 10만km또는 5년주행거리 20만km또는 10년

    현재 유럽 자동차 배출가스는 유로 6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5년부터 유로 7이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유로 7이 적용되면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등의 기존 기준은 더 낮아지게 됩니다. 유로 7과 관련이 있는 배출 쪽 부품의 내구성 기준도 한층 강화되고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테스트의 조건도 강화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개발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차에 장착하는 정화 장치의 비용이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폭스바겐 승용차 부분 사장 토마스 쉐퍼(Thomas Schafer)는 자사의 소형차 모델인 폴로를 기준으로 할 때 5천 유로 즉 38000위안 정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거기에 비해 이러한 환경 규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전기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원가인하에 유리합니다.

    e-fuel의 경우는 연료 제조 자체의 제조 비용이 현재는 기존 화석연료대비 4~5배 비싼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 문제는 향후 기술연구를 통해 기존 가솔린의 가격으로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유로 7의 적용에 의한 차량 가격상승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료 제조과정 중에 탄소를 포집하는 것일 뿐  연소과정에는 기존 화석연료와 동일하게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기차 시스템과 내연기관 시스템을 중복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 면에서 내연기관차보다도 불리합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 시스템이 고스란히 들어가면서 거기에 값비싼 연료전지 시스템까지 추가로 얹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현재 원가와 향후 원가 인하 여력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한 번 충전으로 400㎞ 정도를 가는 중형 전기차의 배터리 원가는 900만 원 정도입니다. 전기차 전체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합니다. 2025년쯤 되면 이 원가가 4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대당 2만 개로 이뤄진 내연기관차 부품 수의 절반이면 됩니다. 전기차 생산이 급증하면 관련 부품의 수평 분업이 가속화하고 대부분 부품의 가격도 계속 떨어지게 되겠지요.

    중형차 기준으로 휘발유 차량의 제조 원가는 1300만 원 정도입니다. 반면 같은 크기의 전기차 원가는 2000만 원 정도입니다. 단순 계산해서 2025년이면 배터리 원가 인하분만 반영해도 전기차 원가가 1500만 원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다른 부품의 원가 인하분을 감안하면 휘발유 차량과 원가 차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동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원가 절감에 한계 있음.

    하이브리드카는 어떨까요? 내연기관차와 전동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어 전기차에 비해 훨씬 복잡하지만 현재 판매 가격은 전기차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그러나 원가절감의 달인인 도요타조차도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 원가를 지금보다 더 낮추는 게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전동시스템과 내연기관 시스템을 동시에 탑재하고 있다는 한계 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로 합쳐질 수 없는 두 개의 복잡한 시스템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획기적인 원가 절감은 어려워 보입니다. 도요타가 지난 2020여 년간 갈고닦아 도달한 것이 내연기관차 대비 추가비용 200만 원입니다. 그 이상은 어려워 보입니다.

    원가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도요타라고 해도 2025년 준중형 기준 하이브리드카 원가는 1500만 원(내연기관차 원가원가 1300만 원+200만 원) 정도일 겁니다. 2025년에 비슷한 크기의 전기차 원가가 1500만 원이 된다고 치면, 전기차 대비 하이브리드카의 원가경쟁력은 4~5년 내에 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물론 앞으로 4~5년 정도만 본다면, 하이브리드카 보급이 계속될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기차처럼 기본구조가 단순해서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은 물론 신규업체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보급을 밀어붙이는 것과 같은 일은 하이브리드카에서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작년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2019년보다 6%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연비가 좋고 배출가스 저감 효과도 탁월한데 말입니다.

    수소연료전지차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원가절감의 어려움.

    하이브리드카가 향후 4~5년 내에 전기차에 원가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면, 수소연료전지차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태생적으로 전기차 원가에 맞서기 어렵지요.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 관련 제조 비용이 거의 다 들어가는 데다 값비싼 연료전지 시스템이 더해지기 때문에, 아무리 비용 절감을 하더라도 전기차 원가를 이길 수 없습니다. 물론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적기 때문에 수소연료전지차의 배터리 원가는 전기차에 비해 훨씬 낮지요.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에 실리는 연료전지 시스템은 초고압의 수소저장 탱크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해 수천만 원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물론 양산이 되면 원가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양산 효과를 충분히 낼만큼의 수요 자체가 현재로선 없는 상태이고, 또 어떻게 대량 생산을 한다고 해도 배터리에 비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어렵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단독 혹은 배터리 회사와 합작해서 10조 원 단위의 투자를 통해 기술 개발과 규모의 경제를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수소연료전지차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전기차 1대당 배터리 원가를 400만 원 이하로 내리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원가 절감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를 뺀 전기차 기본 구조의 원가가 1000만~1100만 원이라고 한다면, 여기에 2025년 기준으로 배터리 전기차는 배터리 원가 400만 원을 얹어 1400만~1500만 원의 제조 원가가 든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수소연료전지차도 전기차의 기본 구조의 원가 1000만~1100만 원을 똑같이 적용한다면, 최종 제조원가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수소연료전지차도 작은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가니 배터리 관련 원가를 몇십만 원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료전지와 수소 저장탱크 등을 합친 연료전지시스템의 원가는 아무리 양산효과를 거둬 원가를 낮춘다고 해도 2025년 기준으로 1700만~1800만 원은 넘어갈 겁니다. 그렇다면 2025년 기준의 수소연료전지차 제조원가는 거의 3000만 원입니다. 전기차 제조원가의 2배인 셈입니다

    이것은 수소연료전지차 대량 보급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이 됩니다. 몇천대, 몇만 대까지는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해 보급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몇십만 대, 몇백만 대를 보급할 때는 감당하기가 불가능합니다. 2025년 기준으로 전기차는 보조금 없이도 대량 보급이 가능하겠지만, 수소연료전지차는 불가능합니다.

    3.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수단

    앞서 언급한 대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로 돈을 벌기 위한 핵심은 CASE (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전기차)입니다.

    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 서비스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차량의 중앙 컴퓨터가 모든 기능을 전자적으로 쉽게 제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차량의 중앙 컴퓨터로 제어하는 것이 전기차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이브리드카 역시 엔진 중심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완전한 스마트카, 완전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으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SDV (Software Defined Vehicle)는 전기차야여야 한다.

    Software Defined Vehicle

    많은 전문가들이 테슬라가 인기인 것은 전기차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테슬라’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하는데요. 그것은 테슬라 차량이‘전기차’ 일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이기 때문이라는 의미입니다. SDV이기 때문에 타사 차량 대비 더 매끄러운 소비자 체험을 가능케 해주는 것입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기존 피처폰 대비 뛰어난 소비자 체험을 가능케 해 줬던 것처럼 말입니다

    현재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을 뿐이지, SDV를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전기차가 SDV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SDV는 전기차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한 차량이 되려면, 전기차만 만드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와 같이 우선 차량의 안쪽(소프트)부터 생각하고, 후에 바깥쪽(하드)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개발 구조를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전기차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이것을 가장 먼저 현실화한 것이 테슬라이고. 기존 자동차회사 중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개발 조직의 근본부터 뜯어고치고 있는 회사는 폭스바겐입니다.

    미래 자동차 회사의 수익은 차량 판매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창출

    폭스바겐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제품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것뿐 아니라, 자사 차량을 SDV 즉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고, 차를 팔아 차익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더 많은 돈을 버는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것입니다.

    SDV개발을 위한 폭스바겐의 노력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

    폭스바겐은 2030년 유럽의 MaaS(Mobility as a Service) 시장이 7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이 시장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늑장을 부리다 테슬라 같은 회사에 이 시장을 빼앗기면 죽는 것이고, 지금이라도 전기차·SDV 개발을 서두르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전사 역량을 총동원해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그룹 내 소프트웨어 개발 인원 55천 명을 한데 모아 카리아드 (Cariad)라는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설립하여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폭스바겐 그룹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전기차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SSP를 적용한 첫 번째 차량인 트리니티는 2026년 출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계획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2022년 12월 주주총회에서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폭스바겐 그룹 CEO는 트리니티 프로젝트가 22년가량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존 카리아드를 통해 내재화하여 개발하려던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개발 역시 자체 개발로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외부 파트너십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동력원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목표가 아닌 수단

    핸드폰과 같은 방향으로 진화해가는 미래 모빌리티

    인류에게 어느 곳에서나 통화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핸드폰은 과거에는 통화가 주요 기능이었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한 이후 통화기능은 더 이상 경쟁력의 척도가 되지 못했습니다. 대산 핸드폰은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여 경쟁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자동차 역시도 핸드폰의 발전 방향과 유사한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차량의 전통적인 주요 기능이었던 이동성은 더 이상 경쟁력의 척도가 아닌 기본 기능이 될 것입니다.. 대신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이름하에 핸드폰처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의 기능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즉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동력원은 자동차회사에 있어서 더 이상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모빌리티 시장 선점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수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미래 차량은 CASE의 발전 방향에 따라 SDV에 적합하도록 전기·전자적으로 지금보다 더 복합적이고 고도화되어 전자제어 시스템이나 각종 센서류가 차지하는 비용은 더 증가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동시스템은 최대한 단순하고 저렴하며 제어가 쉬울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설계로 다양한 종류의 차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즉 확장성(Scalability)이 뛰어난 구조여야 하기 때문에 구조가 너무 복잡하면 확장성이나 원가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이러한 점들을 미래 내다보고 테슬라는 미래의 동력원으로 전기차를 선택하여 먼저 추진을 해왔습니다. 뒤늦게 이 상황을 파악한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은 오랫동안 구축되어 온 기존의 내연기관 생태계를 바꾸어 가면서까지 전기차 올인으로 방침을 바꾸고 있습니다.

    출처: [최원석의 디코드] 미래 승용차가 전기차로 일원화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 2023. 4. 6.

    요약: 폭스바겐의 전지 개발전략에서 주목해야하는 점은 전지규격을 통일하여 동일한 규격의 전지로 2030년까지 80%의 차량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전지 규격의 통일은 플랫폼 개발과 같이 진행되어야한다. 폭스바겐은 기존 MEB, PPE 두개의 전기차 플랫폼을 2026년부터 통합 플랫폼인 SSP로 통일하여 규격화된 전지의 비율을 늘려갈 계획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전지의 규격은 통일시키지만 차량의 가격과 용도에 따라 엔트리 모델, 볼륨 모델, 프리미엄 모델로 차량 포트폴리오를 구별하고 각 포트폴리오에 맞춰 LFP, 하이망간, NCM등으로 전지 소재를 다르게 가져간다는 점이다.

    1. 폭스바겐의 전지 수급 전략

    폭스바겐은 2019년 그룹의 전동화 목표를 구체적으로 발표할 당시 전 세계 셀 생산 능력이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전기차의 수요가 완만하게 증가하던 2019년 당시에는 아시아의 전지회사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도 충분했지만 폭스바겐의 전동화에 탄력이 붙게 되면 유럽에서 전지를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전지 기술을 단계적으로 축적해 나가기로 하면서 다음과 같은 전지 전략을 수립해 왔다.

    1). 첫 번째 단계에서는 기존의 전지 제조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즉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기술의 진보를 실현하면서 안정적으로 전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한 주요 공급업체로는 SK이노베이션, LG화학, CATL 등이 포함되어 있고 2023년부터는 노스볼트로부터 각형셀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2). 두 번째 단계는 리튬이온전지의 연구개발 및 생산의 실질적인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은 2018년 독일 잘츠기터 (Salzgitter)에 우수성 센터 (Center of Excellence in Salzgitter)를 설치하여 그룹의 모든 전지 셀의 개발, 조달, 품질 보증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우수성 센터에는 시제작 라인을 갖추어 있어 전지 재료를 테스트하고 전지의 설계를 최적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제작된 전지를 평가하고 분석하는 설비들이 갖추어져 있다.

    2018년 설치된 폭스바겐의 시제작 라인 및 평가 분석 설비

    2020년 9월에는 파일롯 라인을 완공하여 자체 개발한 전지를 테스트하고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2019 년 완공된 폭스바겐의 파이롯라인

    3). 세 번째 단계에서는 전지 업체와 합작하여 전지공장을 세워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2021년 PowerDay에서 노스볼트와 합작하여 잘츠기터에 공장을 짓기로 발표했었다. 그러나 노스볼트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독일의 전력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와 미국의 IRA정책에 따른 파격적인 보조금 지원으로 북미투자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이에 따라 노스볼트와 잘츠기터에 짓기로 한 전지공장은 폭스바겐의 전지를 제조하는 자회사인 PowrCo가 사들여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잘즈기터에 건설중인 폭스바겐 전지 공장

    4). 네 번째 단계에서는 자체 생산하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2021년 3월 Power Day행사에서 전지 전략을 발표하면서 외부 조달 계획뿐 아니라 2030년까지 자사 생산 전기차의 80%를 자체 생산한 전지로 조달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전지 사업부를 2022년 PoweCo라는 자회사로 독립시켰고 2030년까지 PoweCo에 200억 유로를 투자하여 240 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2021년 Power day에서 240GWh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

    이를 위해 40 GWh규모의 공장을 유럽에 6개 짓겠다고 발표하였다. (현재는 유럽 5개 북미 1개로 변경이 되었다.) 첫번째 공장인 독일 잘츠기터 공장은 2022년 7월에 에 건설을 시작해 2025년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두 번째 공장인 스페인 발렌시아가 공장은 2023년 3월에 건설을 시작했고 2026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나머지 3곳의 유럽 공장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1년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번째 공장은 유럽이 아닌 북미지역 캐나다 온타리오주로 확정되었고 2027년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PowerCo의 전지 생산 설비 가동 계획

    지역생산능력(GWh)생산시작
    유럽독일 잘츠기터402025
    스페인 발렌시아40+2026
    미정40+2027+
    미정40+2028+
    미정40+2029+
    북미캐나다 온타리오40+2027

    폭스바겐은 이 공장들을 통해 유럽과 북미의 자체 전기차 수요를 충당할 계획이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자동차 회사에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전지를 자체 수요를 충당하는 데만 사용하지 않고 공급자 역할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토머스 슈몰 (Thomas Schmall) 폭스바겐 기술담당 이사는 2023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 진출을 위해 폭스바겐의 MEB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제휴한 포드에 플랫폼뿐 아니라 전지 셀까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Powerco가 생산한 전지를 포드가 유럽에서 생산하는 120만 대 분량의 전기차에 납품하겠다는 계획이다.

    2. 폭스바겐의 전지 개발 전략

    폭스바겐은 2021년 Power day에서 전지 개발 전략을 발표하였다. 발표의 핵심은 전지의 복잡성과 비용을 대폭 낮춰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매력적이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새로운 변화는 지금까지 폭스바겐의 차량 개발은 먼저 차량을 설계하고 그에 맞춰 전지를 설계했지만 앞으로는 일반적인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하는 방식대로 전지를 먼저 설계하고 이를 중심으로 차량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개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이다.

    1). 전지의 규격화: 2030년까지 같은 규격의 전지를 80% 적용

    2030 년까지 규격화된 전지를 80% 적용

    현재 폭스바겐은 MEB플랫폼에 파우치 및 각형 전지를 조달받아 생산하고 있으나 추후 PowerCo를 통해 생산하는 전지는 각형전지로 통일할 계획이며 하나의 사이즈로 규격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부터 차량 적용을 시작하여 2030년까지 폭스바겐생산 모델의 80%에 적용하여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나머지 20%는 특별한 사양이 필요한 전지로 이는 전지업체로부터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량별 다양하게 적용하던 전지를 하나의 통합된 전지로 변경

    2). 차량별 다른 케미스트리 적용 (엔트리모델: LFP, 볼륨모델: High 망간, 프리미엄모델: NCM)

    그렇다고 모든 차량에 동일한 사양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전지의 사이즈와 부품은 규격화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차량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구성하여 차별화를 할 계획이다.

    보급형 Entry모델의 경우에는 LFP양극재를 사용하여 가격을 50% 절감할 계획이다. 볼륨 모델의 경우에는 하이망간 양극재를 사용하여 가격을 30% 낮출 계획이다.

    포르셰 타이칸이나 아우디 E-tron 같은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에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NCM을 사용하고 음극에도 실리콘을 사용할 계획이다.

    –      High 망간 양극재

    가장 많은 생산 비중을 차지하는 볼륨모델의 경우 High망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지만 High망간은 아직 주도적인 재료가 개발되지 못한상태이다. 폭스바겐도 Powerday에서 High망간 적용을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언급을 했고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는 확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기술 컨설팅 회사인 IDTechEx는 폭스바겐이 구체적인 하이망간 소재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LMO(리튬-망간 산화물), LNMO(리튬-니켈-망간 산화물), Li-Mn-rich(약칭 LMR-NMC), LMP(리튬망간인산염) 또는 LMFP (리튬인산철+망간) 중의 하나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High 망간 양극재의 종류와 성능 비교

    그중에서도 LNMO가 가장 유력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고전압 LNMO 스피넬(LiNi0.5Mn1.5O4)은 이론적인 비 용량(specific capacity)이 147 mAh/g에 불과해 하이니켈 NMC 또는 NCA 양극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Li/Li+ 대비 약 4.7V의 높은 작동 전압을 가지며, 또한 3차원 구조(Li 확산 경로 개선)로 인해 고출력 양극재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NMC나 NCA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엔트리 모델에 적용하는 LFP보다는가격이 10~12% 높지만 에너지 밀도면에서는 LFP보다 35~60% 내외로 높기때문에 볼륨모델에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고온에서의 사이클 수명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지만 향후 이 문제를 보완한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양극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 SDI와 LG에너지솔루션등이 LFP에 대항하는 활물질로 LNMO의 적용을 고려하고 있고 중국전지 업체중에서는 SVOLT가 적용계획을 발표했다.

    –      생산계획

    2023년부터 적용하기로한 규격화된 전지는 스웨덴 셸레프테오(Skelleftea)에 있는 Northvolt에서 처음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적용하는 전지는 프리미엄 차량을 위한 NCM케미스트리를 사용할 예정이다.

    독일 잘츠기터에 세워지는 폭스바겐의 첫 번째 기가팩토리는 2025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고 여기서는 규격화된 셀로 볼륨모델을 위한 전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볼륨모델에 사용할 하이망간 활물질은 개발 중이므로 여기에 바로 하이망간활물질을 적용할지 아니면 NCM을 적용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3). 비용 절감

    비용절감 방안은 아래와 같이 4가지 방법으로 달성할 계획이다.

    4 가지 비용 절감 방안

    엔트리 모델의 가격 절감 방안

    절감항목절감비율상세방법
    전지 설계-15%전지 규격화
    생산공정-10%습식코팅 à 건식코팅
    양극재료-20%NCM àLFP 적용
    전지시스템-5%CTM à CTP, CTC (Cell to Car)

    50% 절감 목표를 가진 엔트리 모델의 경우에는 전지의 규격화 설계를 통해 15%를 절감하고 기존의 극판 코팅 공정을 기존 습식 코팅에서 건식 코팅공정으로 변경하여 10% 감소시킬 예정이다. 습식 코팅공정의 경우 용매로 사용하는 NMP나 물을 건조하기 위해 건조로가 필요한데 건식 코팅을 하게 되면 건조로가 필요 없고 NMP회수 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설비 투자비와 공장 면적을 줄일 수 있고 NMP 등의 용매도 사용하지 않으므로 재료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0%의 비용 절감은 양극재료로 LFP를 적용하여 달성할 계획이다. 나머지 5%는 CTP나 CTC (Cell to Car)를 적용하여 절감할 예정이다.

    건식 공정 적용시 이점

    4). 전고체 전지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 전지는 미국의 전고체 전지 개발 스타트업인 퀀텀스케이프 (QuantumScape)와 QS1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2025년 독일에 20 GWh규모의 공장을 지어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퀀텀스케이프 자체 전망으로도 2025년 양산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2년 12월에 퀀텀스케이프는 24층을 적층 한 차량 탑재 사이즈의 A0샘플을 폭스바겐에 보내어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양산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5년 생산이면 이미 공장을 짓기 시작해야 하지만 아직 양산을 위한 공장 착공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Quantumscape 가 2022년 12월에 발표한 24layer A0샘플

    5). 재활용

    폭스바겐은 습식 제련(Hydrometallurgy) 방법을 통해 원재료의 95%를 재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1년 1월에 잘츠기터에 재활용 공장을 완공하고 현재 가동 중이다. 재활용을 통해 차량 1대당 1톤의 CO2를 줄일 수 있고 재활용된 활물질의 사용으로 재료 가격 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게 되어 전지의 가격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전지팩의 소재 비율 (좌), 폭스바겐의 재활용공장 (우)

    6). 밸류체인의 통합

    전지는 재료비가 차지하는 원가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원활한 원재료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양극활물질의 원가 비중이 가장 높고 이로 인해 전지 가격의 변동이 크기 때문에 양극 활물질의 조달을 위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2년 9월 PowerCo와 양극 활물질 제조업체인 Umicore와 전구체를 포함한 양극재를 제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였다. 이 합작법인을 통해 총 30억 유로를 투자하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2025년에는 40 GWh(양극재 기준 6 만 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후 2030년에는 160 GWh까지 확보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해당 합작법인을 통해 메탈정제와 전지 리사이클링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PowerCo의 양극재 합작법인 개요

    지분구조PowerCo 50%, Umicore 50%
    투자규모30억유로
    사업영역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능력2025년 40GWh (약 6 만톤)
    2030년 160GWh (약 24 만톤)
    향후계획메탈정제 및 재활용 사업 확장 계획

    양극 활물질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인 리튬의 조달을 위해서도 신경 쓰고 있다. 이를 위해 2019년에는 중국 간펑리튬과 2030년까지 2200만 대 분량의 전기차에 사용될 리튬을 공급하기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PowerCo 의 전지 원소재 조달 전략

    출처: Volkswagen Group Presentation (2021.03.15)

  • 2023. 3. 31.

    요약: 기존의 내연기관의 강자였던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전동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들의 전동화 전략을 알아보고 전동화 전략의 핵심인 전지에 대한 수급과 생산전략 그리고 차세대 전지라고 불리는 전고체 전지에 대한 개발 전략을 알아본다.

     

    전기차의 확산속도 가속화: 2026년부터 내연기관 역전

    각국의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로 투자를 전환하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2015년 디젤 게이트 이후 글로벌 전반에 확산되고 있고 중국과 유럽중심으로 진행되던 전동화 전환 투자는 미국과 일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전동화 확산속도의 증가로 주요 수요 전망기관들의 친환경차 침투율 전망은 매년 변화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글로벌 투자현황

    BNEF (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2021년 장기 전기차 전망에서 2040년까지 전세계 친환경차 운행대수가 6.7억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고 친환경차 신차 비중은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7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Global EV Outlook을 통해 2019년 8,600만 대에서 2021년 9,100만 대로 전기차 전망을 7% 상향하였다. OPEC은 World Of Oil을 통해 2040 전기차 및 FCV 수요를 11% 상향해 운행대수를 3.6억대로 상향 수정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가별 투자현황

    BCG (Boston Consulting Group)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2026년부터 친환경차가 내연기관을 역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2035년에는 친환경차가 82%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승용차용 파워 트레인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변화

    2025년부터 규제주도에서 TCO 주도로 변화

    BCG는 또한 20242024년 전까지는 각 국가의 정부가 규제나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2025년부터는 TCO (Total Cost of Ownership)가 주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시기부터는 정부의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의 5년간 총 소유비용인 TCO가TCO 내연기관과 비교해 동등한 수준에 도달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성을 이유로 고민하던 고객들도 내연기관보다는 전기차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내연기관대비 전기차 가격 경쟁력의 저해 요소였던 전지 팩가격은 2020년까지는 점차로 낮아지는 추세였고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있는 1 kWh당 2024년경.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2021년부터 주요 광물들의 가격이 크게 올라 리튬 가격은 2021년 대비 10배 올랐고 니켈 가격도 75% 상승하였다. 코발트 가격은 20202020년 대비 두 배 넘게 상승했다. 그 결과 2022년에는 전지 가격이 전년대비 7% 상승한$151/kWh로 전년대비 7% 상승했다.

    년도별 kWh 당 전지와 팩 가격 추세

    그러나 이런 증가추세도 2021년부터 시작된 전지 공급업체들의 증설 경쟁으로 인해 하락하기 시작하여 2026년이 되면 전지의 가격은 1 kWh당.

    또한 대부분의 자동차 OEM들이 EV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전반적인 자동차의 TCO는 낮아지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 구입의 걸림돌이었던 전기 충전 인프라도 확대되어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러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전동화 전략

    이런 전동화의 거센 물결 속에 기존에 내연기관의 강자였던 전 세계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서둘러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전용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전기차 부품의 생산까지 대규모 투자를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전동화 전략 및 투자 현황

    회사명투자내역전동화 전략연간글로벌판매계획량
    (전체생산량기준 전기차 비중)
    VW• ’25년까지 BEV 420억달러 투자
    • battery procurement에 600억달러 투자
    • 2030년까지 70개의 BEV 차종 출시
    • 2030년 까지 전 차종의 HEV, EV화
    • 2030년까지 400~500만대 목표 (40%)
    BMW• 2020년에서 2031년까지 전지 조달에 110억달러 투자• 2025년까지 EV 13종, PHEV 12종 출시• 2030년까지 90만대 (30%)
    Benz• 생산 공장에 130억 달러 투자
    • 전지 생산에 12억 달러 투자
    • 전지 조달 관련 220억 달러 투자
    • 2022년까지 EV 10종 출시
    • 2025년까지 PHEV 25종 출시
    • 2030년까지 150만대 (50%)
    Stellantis• 2025년까지 320억달러투자• 2030년까지 유럽 출시 차량 BEV 비중 100%
    • 2030년까지 미국 출시 차량 BEV 비중 50
    • 2030년 연간 500만대 BEV판매 (70%)
    Volvo• 33억 달러 투자 발표• 2025년 BEV50%, HEV50%
    • 2030년 BEV 100%
    • 2030년까지 BEV 78만대 (100%)
    Toyota• 2019–2023년 인니 HEV, EV차종 20억 달러 투자
    • 텐진 공장에 12억달러 투자(Toyota with FAW)
    • 2025년 까지 HEV, EV, FCEV 차종 출시계획• 2025년 까지 200~300만대 (15%)
    Nissan• 2018–2022년 중국에 95억 달러 투자
    • 2020년에 태국에 10억달러 투자
    • 2022년까지 중국 한정 20개의 차종 출시 계획• 2022년까지 300만대 (30%)
    Honda• 중국에 4.3억달러 시설 투자 발표
    • 전지 생산시설에 3억달러 투자 발표
    • 2025년까지 유럽 차량 판매 HEV, EV 완전 전환 목표
    • 2025년에 중국에 EV 모델 20개 출시
    •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의 66%를 HEV, EV로 목표
    • 2040년까지 전 판매 차종 BEV 및 FCEV 목표
    • 2030년까지 200만대 (30%)
    Ford• 2025년 까지 300억 달러 투자• 2022년 까지 16개 EV 차종 출시
    • (유럽)2026년 중반까지 전차종 PHEV, 2030년까지 전차종 EV 출시
    • 2030년까지 230만대 목표 (40%)
    GM• 2020년~2025년 EV와 자율주행 차량 350억달러 투자• 2025년까지 EV 30종 출시(20종은 북미향)• 2035년까지 100% EV 목표
    • 2025년까지 100만대 (15%)
    Hyundai• 2030년까지 96조원 투자• 2030년까지 BEV 17개 차종 계획• 2030년까지 187만대 (36%)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전지 수급 및 생산전략

    각 회사들의 전동화 계획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전동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지에 대한 전략이다.

    현재 리튬전지의 주류 시스템인 액체 전해질을 이용하는 리튬이온전지는 대부분의 전지회사와 전문가들이 2030년까지는 주류로 채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수급과 개발전략은 각 회사의 전략과 상황에 따라 구매, 합작회사설립, 자체 생산의 세 가지 형태로 나누어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자동차 회사들은 전지 회사로부터 공급을 받고 있다. 그중 BMW와 Nissan을 제외한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구매하는 방법 외에 자사의 자동차 공장이 있는 근처 지역에 전지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전지를 공급받고 있거나 공급받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VW 역시 6개의 전지공장(유럽5, 북미1)을 지어 2030년까지 240 GWh규모의 전지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전지 수급 방식

    회사명수급방식합작회사구매
    VW자체생산, 구매CATL, *LGES, SK on, Samsung
    BMW구매CATL, LGES, Samsung, Northvolt, EVE
    Benz합작생산, 구매Farasis, accCATL, LGES, SK on, Samsung, EVE
    Stellantis합작생산, 구매LGES, accCATL, LGES, SK on, Samsung
    Volvo합작생산, 구매Northvolt, SamsungCATL, LGES, Samsung, Northvolt
    Toyota합작생산, 구매Panasonic (**PPES)CATL, GS Yuasa, BYD, Toshiba
    Nissan구매CATL, AESC, LGES
    Honda합작생산, 구매LGESCATL, AESC, LGES
    GM합작생산, 구매LGES (Ultium cells)
    Samsung SDI
    CATL, LGES, SK on, Samsung SDI
    Ford합작생산, 구매SK On
    (BlueovalSK)
    CATL, LGES, SK on, Samsung SDI,
    Hyundai합작생산, 구매LGESCATL, LGES, SK on,
    *LGES: LG Energy Solution, **PPES: Prime Planet Energy & Solution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전고체 전지 개발전략

    차세대 전지로 여겨지는 전고체 전지에 대해서는 각 회사마다 아래 표와 같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전고체 전지 개발 현황

    회사명개발방법생산방법
    VW기술제휴
    (Quantumscape)
    2025년까지 Quantumscape와 독일에 20GWh규모 전고체전지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했으나 현재 개발 수준으로 볼 때 2027년 전까지는 양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
    BMW기술제휴
    (Solid Power)
    2025년까지 독일에 전고체전지 파일롯 라인 완공하여 시제품 제작, 양산 시점은 미정
    Benz기술제휴
    (Prologium, Factorial Energy)
    Prorogium과 Factorial energy에 투자하고 있으며 2026년에 차량에 시범 탑재 예정.
    Stellantis기술제휴
    (Factorial Energy)
    Factorial Energy가 제작한 전고체 전지를 2026년 차량에 시범 탑재예정
    Volvo기술제휴 (Northvolt)Northvolt가 개발한 전고체 전지 채용 예정
    Toyota자체 개발2025년 HEV에 적용, EV적용시점은 미정
    Nissan자체 개발2024년 전고체 전지 파일롯라인 완공, 2028년 전고체전지 양산
    Honda자체 개발3억1천만달러투자, 2024년 전고체 전지 파일롯라인 완공
    GM자체 개발미시간주에 전지 개발센터 짓고 전고체전지 개발중
    Ford기술제휴
    (Solid Power, SK On)
    Solid Power와 SK on과 기술 제휴하고 있으나 전고체 전지 차량적용은 2030년이후로 예상하고 있음.
    Hyundai기술제휴
    (Solid Power, Factorial Energy)
    Solid Power, Factorial Energy등에 투자했고 Factorial energy전지로 2025년경 차량에 시범 탑재예정.

    일본은 국가차원에서 오랫동안 전고체 전지를 연구해 온 만큼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자국의 축적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고체 전지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도요타는 2021년 전고체전지가 탑재된 프로토 타입의 EV차량을 공개했지만 실체 차량 탑재는 2025년경 HEV에 먼저 적용하여 실증데이터를 쌓겠다고 발표했고 양산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인 Nissan과 Honda는 2024년경 파일롯 라인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Nissan은 2028년, Honda는 2030년경 양산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한국의 회사들은 자체개발보다는 대부분 전고체 전지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하여 기술제휴를 하고 있고 이들을 통해 개발된 기술로 자체 공장을 세우거나 이들이 공급하는 전고체 전지를 차량에 적용할 예정이다.

    전고체 전지의 양산 적용시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2030년 이후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스타트업들이 2025년이나 2026년 양산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Quantumscape는 2025년에 VW과 20 GWh양산 공장을 설립하여 전고체 전지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5년 20 GWh규모의 양산공장을 세우려면 2023년 현시점에는 이미 B샘플 수준이상의 전지가 개발되어 있어야 하나 Quantumscape는 2022년 말에야 A0샘플을 VW에 보냈다. 더욱이 그 정도 규모의 양산 공장이 새워지려면 이미 건설을 시작해야 하나 아직 공장 건설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Quantumscape 스스로도 양산까지는 기존 계획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2025년 양산은 어려울 전망이다.

    2026년 양산 가능성을 언급하는 다른 전고체 전지회사는 대만의 Prologium이나 미국의 Factorial Energy이다. 그러나 이들 회사가 전고체 전지라고 부르는 전지는 액체전해질을 사용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전고체 전지가 아닌 액체전해질을 일부 추가하는 하이브리드타입의 고체전지로 알려져 있다.

    전고체 전지로서 그나마 제일 앞선 행보를 보이는 회사는 미국의 Solid power이다. Solid power에 투자했던 BMW는 2023년 1월에 Solid power의 전고체 전지의 설계 및 제조 노하우 라이선스를 획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BMW는 Solid power가 미국에 설치한 파일롯 라인과 동일한 수준의 전고체 전지 파일롯 라인을 독일에 설치하기로 협의했고 이 라인을 통해 제조된 전지로 2025년경에는 시범 차량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전고체 전지 개발에 진보를 보이는 회사들은 2024~2025년경까지는 전고체 전지의 기본 체계를 어느 정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는 다양한 환경과 조건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험실과 같이 제한된 조건에서 검증한 결과로 차량에 적용할 수는 없다. 차량에 적용하여 다양한 환경의 테스트를 거치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차량에 적용할 만한 시제품을 만드는 것은 빨라야 2026년이나 2027년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양산이다. 실험실에서 소량 제작하여 홍보용 차량에 탑재하는 것은 2026년이나 2027년에도 가능하겠지만 대량으로 양산하는 것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전고체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양산공정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전지는 오랜 산업화에 따라 양산 설비들이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정개발에 큰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전고체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공정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개발한 회사마다 다른 시스템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단 공정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공장을 세워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기존의 예측대로 전고체 전지가 양산되는 시점은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다.

  • 2023. 3. 3

    요약: 전기차 초기 선도적인 위치에 있던 닛산은 일본자국시장의 전기차에 대한 무관심과 예상했던 것보다 늦게 개화된 전기차 시장의 여파로 다른 일본 회사들과 함께 전기차 분야에서 뒤쳐지게 되었다. 이를 극적으로 만회할 방법은 전고체 전지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2018년부터 꾸준히 전고체 전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고 2028년에는 전고체 전지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닛산이 발표한 내용들을 좀더 자세히 검토해보고 우리가 배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는 2009년에 일본 미쯔비시가 출시한 i-MiEV였지만 순수 전기차로서의 기준을 만들고 전기차의 가능성의 토대를 다진 건 2010년 닛산에서 출시한 Leaf라고 할 수 있다.

    혼다 i-MiEV ( 좌), 닛산 Leaf (우)

    그러나 닛산은 전기차 분야의 이런 선구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이후 전기차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대부분의 전통차 회사들이 전동화를 선언하는 상황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아래와 같은 이유들이 있다고 얘기가 되고 있다.

    먼저는 일본자동차회사들이 “하이브리드의 덫, 성공의 저주”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도요타가 1997년에 출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10년 동안 1000만 대가 판매되며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에 더해 일본소비자들이 여전히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차를 더 선호하는 경향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딜로이트 그룹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본소비자의 하이브리드차 선호도가 전기차보다 2.6배 높다고 조사되었고 하이브리드차의 선호도가 다른 국가보다 48% 높다고 조사되었다.

    또 다른 의견은 일본정부가 의도적으로 전기차 전환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게 되면 부품수가 2만 개에서 7천 개로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부품 업체들이 전기차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2021년 11월에 닛산은 “Nissan 2030 Ambition”을 발표하면서 2026년까지 향후 5년간 전기차와 관련 기술 개발에 2조 엔을 집중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30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등 친환경차 비중을 5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50%는 내연기관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어서 2040년까지 전차종을 전동화하겠다고 발표한 혼다나 2035년경까지 전동화로 완전 전환하겠다고 밝힌 다른 나라의 전통차 회사보다는 소극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전보다는 전동화를 향해 진일보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2030년 배터리 개발 목표: 에너지밀도 증가, 충전시간 단축, 비용절감

    닛산은 2021년 “Nissan 2030 Ambition”을 발표하면서 전기차에 적용할 배터리에 대한 전략을 아래와 같이 발표하였다.

    닛산의 2030년 배터리 개발 목표

    닛산은 현재 고객들이 전기차에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주행거리”, “충전시간”, “가격”에 3가지 항목에 초점을 맞추어 배터리를 개발하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에너지 밀도를 2배 높이고 충전시간을 1/3로 줄이며 배터리가격을 2028년까지 $75/kWh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실행할 구체적인 방법도 발표하였는데 아래 그림을 보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음극 활물질을 기존의 흑연에서 용량이 높은 실리콘계를 사용하고 최종적으로는 리튬 메탈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충전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으로는 전해질을 기존의 액체전해액에서 황화물 전고체전해질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기존 NCM 양극 활물질에서 코발트의 비율을 낮춰 궁극적으로는 코발트가 없는 양극 활물질을 적용하고 궁극적으로는 황이나 망간등의 저렴한 소재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닛산의 배터리 개발 목표 달성 방안

    위의 내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비용절감: $75/kWh(2028년), $65/kWh(2030년)

    전기차가 내연기관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으려면 배터리 팩 가격이 $100/kWh로 낮아져야 한다. 배터리 팩 가격은 2020년까지는 점차로 낮아지는 추세였고 이런 추세면 2024년에 $100/kWh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2021년부터 주요 광물들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리튬 가격은 2021년 대비 10배 올랐고 니켈 가격도 75% 상승했다. 코발트 가격은 2020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상승했다. 그 결과 2022년에는 오히려 배터리 팩 가격이 $151/kWh로 전년대비 7%가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블룸버그엔이에프 (BNEF)는 이런 상승추세가 2024년에 가서야 안정이 되어 배터리 팩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고 2026년에는 $100/kWh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 셀 및 팩 연도별 가격 변동 추이 (2013~2022년)

    닛산은 배터리 팩가격 절감을 아래 그림과 같이 2단계로 생각하고 있다.

    닛산은 현재의 리튬이온 전지 시스템이 향후 2세대 이상 계속 주류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1단계인 $75/kWh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 리튬이온 전지로 달성하려고 한다. 2단계인 $65/kWh는 전고체 전지를 적용하여 달성하려고 하고 있다.

    닛산 2030 Ambition에서 발표한 배터리 팩 비용절감 계획

    1) $75/kWh 절감 방안: Co-free 양극 활물질 적용

    닛산은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의 경우에는 다른 배터리 제조회사들처럼 NCM을 사용할 방침이다. 닛산이 2023년에 출시한 SUV인년형 ARIYA는 코발트를 10%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절감을 위해 양극 활물질 내에서 가격이 비싼 코발트의 양을 점점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코발트를 제거하여 전기차의 가격을 내연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23년형 전기 SUV ARIYA

    이런 추세는 전 세계 배터리 제조회사들의 경향과 일치하고 있는데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 배터리 제조회사인 삼성 SDI와 SK On은 각각 NCA와 NCM을 양극 활물질로 사용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코발트의 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와 SK On의 양극 활물질 적용계획

    2) $65/kWh 절감 방안: 황이나 망간을 양극활물질로 적용

    Co-free를 실현한다고 해도 가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75/kWh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재료를 고려해야 한다.

    아래 그림은 지구상에 많이 존재하는 물질을 정리한 것이다. 이중 Ca, Al, Mg, S 등이 전지의 양극 활물질로 사용될 수 있는데 이중 기존의 금속 산화물을 대체하는 것으로 많이 연구되고 있는 재료가 황(Sulfur)이다.

    지구상에 분포하고 있는 물질의 양

    닛산은 2030년 달성 목표로 내세운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래 표와 같이 NASA를 비롯해 일본, 미국, 영국의 대학과 3개 연구 영역에서 기술 협력을 진행 중이다.

    닛산의 기술협력 기관 및 연구 영역

    특히 NASA와 제휴해 “원재료 정보학 플랫폼”이라는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해 수십만 개의 재료들 중 어떤 재료가 가장 적합한지를 테스트하고 있다.

    NASA는 현재 전기 항공기(Electric Aviation)에 적용할 배터리 개발을 위해 “SABER” (Solid-stage Architecture Batteries for Enhanced Rechargeability)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고체 전지를 개발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개발하고 있는 고체 전해질은 도쿄 공업대의 菅野(Kanno) 교수가 개발한 LGPS를 사용하고 있고 음극은 리튬금속이다. 특히 양극 활물질은 아래와 같이 황(Sulfur)을 사용하고 있다. 즉 리튬-황전지를 개발 중이다.

    NASA “SABER” 프로그램에서 개발중인 전고체전지

    닛산이 협력하고 있는 NASA가 전고체 전지로 리튬-황 전지를 고려하고 있고 닛산도 2028년 출시할 전고체 전지의 양극활물질로 황을 언급한 것을 볼 때 닛산의 전고체전지는 기존의 양극활물질인 NCM이나 NCA가 아닌 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아직까지 리튬-황전지는 전도도의 향상이나 리튬 폴리 설파이드의 용해 문제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 재료자체가 개발 중이다.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재료 자체의 가격이 낮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향후 리튬-황전지의 재료체계가 확정되어 양극 활물질로 황이 보편화되고 대량으로 생산 가공된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양이 많은 만큼 현재의 양극 활물질보다는 가격이 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2. 급속충전 속도 향상: 충전시간 1/3로 단축

    닛산은 2021년 “닛산 2030 Ambition”에서 급속충전 능력을 향상시켜 충전시간을 1/3로 단축시키겠다고 발표했고 2023년 2월에는 닛산 유럽 연구개발 부사장인 David Moss가 충전 파워를 현재 130kW에서 2030년에는 400kW로 3배로 높이겠다고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닛산은 충전속도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고체 전해질을 고려하고 있다.

    닛산의 전고체 전해질을 이용한 충전속도 향상 방안

    고체 전해질이 충전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는 높은 온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충전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높은 전류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높은 전류를 사용하게 되면 발열로 인해 전지의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액체 전해질은 비점이 낮은 유기 용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60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전류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전고체전해질은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온도까지 사용할 수 있어 더 높은 전류를 사용할 수 있고 이는 충전속도의 향상을 가져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고체전지는 아래 그림과 같이 bipolar구조로 구성이 가능하다. bipolar구조는 액체 전지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monopolar구조보다 전류의 경로를 단순화할 수 있어 충전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액체전지와 전고체 전지의 구조

    전고체 전해질 개발을 위해 닛산은 고체전해질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도쿄공업대등과 기술협력을 하며 황화물 전고체 전해질을 개발하고 있다.

    3. 에너지 밀도 2배 향상:리튬메탈 음극 적용

    에너지 밀도증가방법으로는 음극 활물질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2028년까지 액체 전해액 시스템에서는 음극으로는 SiOX나 SIC 등의 실리콘계 재료를 사용하여 에너지 밀도를 증가시킬 계획이다.

    2028년 이후 적용될 전고체 전지에서는 음극으로 리튬메탈을 사용할 계획이다. 리튬 메탈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흑연보다 높은 용량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밀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에너지밀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전고체 전지에서는 리튬-황전지를 적용할 계획인데 리튬-황전지는 음극으로 실리콘이나 흑연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리튬메탈 음극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닛산의 개발 전략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액체전해질 시스템에서 적용 계획 중인 코발트 프리 양극 활물질과 실리콘계 음극 활물질은 현재 양산 제품들에서도 채용 비중을 늘려가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28년에 양산하겠다고 밝힌 전고체 전지 기술들은 세 가지 재료 모두 아직 확정된 기술이 없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양극에 황을 사용하는 리튬-황 전지는 전도도가 낮은 문제와 리튬폴리설파이드가 용해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음극에 리튬 메탈을 사용하는 것은 리튬의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황화물 전고체 전해질은 액체전해질과 동등한 이온전도도를 갖는 LGPS (Li10GeP2S12)나 LPS (Li7P3S11)등이 개발되어 전고체 전지의 양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계면저항의 문제나 공정구현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4. 전고체 전지 생산 계획

    닛산은 현재 가나가와현 닛산연구센터에 프로토타입 생산시설을 갖추고 전고체 전지를 연구 개발 중이다.

    이곳에서는 폭 100mm 크기의 3~5Ah셀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있다.

    가나가와현에 있는 닛산의 전고체 전지 프로토타입라인의 셀 제작 모습

    아래표는 닛산의 전고체 전지 개발 및 양산 계획이다.

    2024년에 일본 요코하마에 전고체 전지 파일롯 라인을 완공할 계획이고 2026년에는 설계와 공정개발을 마무리한 후 2028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양산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8년 양산을 하려면 2027년에는 완공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8년 양산을 발표했지만 에너지밀도 2배, 충전속도 1/3, 가격 $65/kWh의 목표는 2030년으로 발표했다. 이를 볼 때 2028년에는 소량으로 생산하여 차량에 적용해 보고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은 후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위 기술들을 양산차량에 적용하여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5. 향후 전망

    일본은 세계최초로 전기차 양산을 시작했고 앞선 하이브리드 기술로 자동차의 전동화 초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호하는 일본소비자의 특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전동화의 진입을 서두르지 못했다. 2022년 전기차 판매율을 보면 중국과 유럽, 미국, 한국등의 자동차 OEM들이 전 세계 전기차의 90%를 생산 판매하는 동안 일본의 전기차 비율은 5% 미만이었다.

    대부분의 자동차 OEM들이 2035년이나 2040년 완전 전동화를 발표하며 전기차는 향후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대세의 흐름에 뒤늦게 합류하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뒤쳐진 전세를 역전시킬 무기로 전고체 전지를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초기 선도적인 위치에 있던 닛산은 전기 자동차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2007년 51%의 지분을 보유한 AESC를 통해 리튬이온전지를 자체 생산했었다. 그러나 일본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높지 못하고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현재와 같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가져오지 못하여 닛산의 전기차 판매량이 높지 못했다. 그렇게 되자 자체 생산하는 비용보다 구매하는 비용이 더 싼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2018년 AESC의 지분을 중국 에너지 회사인 Envision에 매각하여 현재는 전지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시장 상황이 변하여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닛산이 만일 적극적인 전동화를 고려한다면 리튬이온 전지의 자체 생산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닛산은 2030년까지도 내연기관과 친환경차를 반반 생산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 비해 전동화에 소극적이다. 즉 자체 생산해서 소비할 전기차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리튬이온전지는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신 닛산은 기존 리튬이온전지가 아닌 차세대 전지에 승부를 걸었다. 현재의 리튬이온 전지 기술은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어 기술적인 격차가 크지 않다. 닛산이 개발하고 있는 전고체 전지는 전고체 전해질 자체의 난이도도 높지만 거기서 한 단계 더 난이도를 높여 다른 회사들이 도전하지 않는 리튬-황전지 기술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선진성을 가진 배터리를 양산한다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닛산은 이러한 기술들을 준비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 전지를 자체 생산하던 AESC를 매각한 2018년에 NASA와 협력을 시작했고 전 세계의 경쟁력 있는 대학 연구소들과 협력하여 전고체 전지 개발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28년 전고체 전지 양산 발표가 갑작스러운 발표가 아니라 10년간의 개발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투자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출처: Nissan Ambition 2030

  • 2023. 2. 17

    요약:

    배터리의 재료와 인터페이스는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는 주요한 방법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배터리 연구와 개발은 이 분야에 집중되어 왔었다. 센싱과 자가복원 기술은 근본적인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지는 못하지만 배터리의 열화를 막아 성능과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해줄 수 있다. 향후 배터리 기술 개발의 영역은 재료와 인터페이스 외에도 센싱과 자가 복원 기술로 확대되고 중요해질 것이다.

    스마트 기능의 통합: 자가복원기술 (Self-healing)

    배터리의 QRLS (Quality, Reliability, Lifetime, Safety)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이 필요하다.

    첫번째는 배터리의 열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배터리의 열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재료와 재료사이의 계면이므로 성능이 좋은 새로운 재료를 발굴하고 계면의 열화를 막는 방법을 개발하여 이를 바탕으로 열화에 강한 강건한 배터리를 제작하면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BIG-MAP (Battery Interface Genome- Materials Acceleration Platform)에서 다루었다.

    그러나 아무리 열화에 강한 배터리라 하더라도 열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이것만으로 QRLS를 강화하기에는 부족하다.

    두번째는 열화 된 부분을 배터리 내부에서 스스로 자가 복원하는 기술이다. 대부분의 살아 있는 유기체들은 수명을 증가시키고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손상된 부분을 복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생존을 위해 중요한 기능이다. 이러한 유기체의 자가 복원 메커니즘을 모방하여 배터리에 응용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배터리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가복원을 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문제를 감지하고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는 센싱 (Sensing) 기술이다. 따라서 자가복원 (Self-healing)은 센싱 기술과 함께 개발이 되어야 한다.

    배터리 2030+의 3가지 테마와 6가지 연구 영역

    테마연구영역
    1배터리 인터페이스 및 재료 발굴의 가속화 (Accelerated discovery of battery interfaces and materials)재료 가속 플랫폼: MAP
    (Materials Acceleration Platform)
    배터리 인터페이스 게놈: BIG (Battery Interface Genome)
    2스마트 기능의 통합 (Integration of smart functionalities)센싱 (Sensing)
    자가복원기술 (Self-healing)
    3공통연구분야 (Cross-cutting area),제조용이성 (Manufacturability)
    재활용성 (Recyclability)

    일반적으로 센싱과 자가 복원은 아래 그림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그림에서 설명하듯이 먼저 센서가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센싱 하여 신호를 BMS로 전송한다. BMS에서는 액추에이터 (Actuator)에 신호를 보내 자가 복원 프로세스를 시작하도록 지시한다.

    센싱, BMS 및 자가 복원 간의 시너지효과

    개발 현황

    자가 복원 메커니즘은 크게 자율적인 것과 비자율적인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자율적인 것 (autonomous): 복원작업을 위해 자극이 필요하자 않은 경우

    –      비자율적인 것(non-autonomous):  복원작업을 위해 열, 빛, PH 등등 추가적인 외부 자극이 필요한 경우

    두 가지 경우 모두 고체 표면과의 빠르고 효율적인 반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가 복원물질은 반응성이 높아야 한다. 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자가 복원물질들은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약한 결합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에 대한 자가 복원물질들도 약한 결합인 수소결합 (hydrogen bonding )이나 정전기 가교 (electrostatic crosslinking), 호스트-게스트 결합 (Host-Guest), 반데르발스 상호작용(Van der Waals interactions)을 이용 한다.

    이러한 자가 복원기능 물질로는 배터리의 구성요소와 화학적으로 호환되는 기능성 폴리머 물질이 있는데 이들은 손상이 감지되면 복원물질이 반응한다. 또 다른 방식은 복원물질을 마이크로캡슐 안에 넣어 자극이 오면 방출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전해질이나 집전체에 부착하여 특정한 온도의 열을 받으면 활성화되도록 한다.

    최근에는 초분자 화학(Supramolecular chemistry) 분야나 생물의 자가 복원에서 영감을 받은 물질들도 테스트되고 있다. 이러한 물질들로는 “자가 치유 섬유 강화 폴리머 복합재 (self-healing fiber-reinforced polymer composites)”, “자가 치유 코팅물질 (self-healing coatings)”,”자가 치유 시멘트물질 (self-healing cementitious materials)”, ”자가 치유 세라믹 (self-healing ceramics)”,”자가 치유 유기염료(self-healing organic dyes)”, “자가 치유 콘크리트 분자 (self-healing concrete molecules)”등이 있다.

    아래 그림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열화 메커니즘을 설명한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열화 메카니즘

    1) 전극 전도도의 복원

    전극이 손상되게 되면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전기적 특성이 손상된다. 전기적 연결이 끊기는 경우는 균열이 일어나거나 파손되는 경우, 또는 전극 내 활물질과 집전체사이가 물리적으로 파손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런 경우 손상된 부위를 전도성 재료를 사용해 복원할 수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이 마이크로캡슐 안에 탄소나노튜브 (CNT)를 클로벤젠에 분산시켜 채운다. 마이크로캡슐을 금(gold)으로 된 선위에 뿌린 후 에폭시로 경화시킨다. 물리적인 손상이 일어나면 전기적 연결이 끊어지는데 이때 마이크로캡슐에 있던 탄소나노튜브가 전기적으로 연결이 끊어진 부분을 메우며 연결을 복원시킨다.

    손상된 부분의 전기적 연결을 마이크로 캡슐로 자가복원 시킬 수 있다

    마이크로캡슐에 사용되는 전도성 물질은 CNT 외에도 카본블랙 (carbon-black)이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전도도 복원물질은 충방전시 부피 변화가 커 전기적 연결이 끊어질 수 있는 실리콘 음극에 사용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캡슐을 극판에 사용하게 되면 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실리콘 음극의 팽창에 의한 전도성 상실을 막는 다른 방법은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가 복원 폴리머를 바인더로 사용하는 것이다.

    자가복원 실리콘 음극의 개념도

    이러한 자가 복원 폴리머는 일반적인 바인더와 달리 팽창에 의해 전기적 연결이 끊긴 부분을 자가 복원시킬 수 있다.

    그밖에 전도도를 자가 복원하는 기술로는 액체 금속 음극 (liquid metal anode)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리튬과 갈륨 (Ga)을 합금한 Li2Ga합금은 낮은 녹는점을 가지고 있고 충방전시 리튬의 이동에 따라 액체에서 금속으로 금속에서 액체로 전이한다. Li2Ga를 이용하게 되면 전극 내 마이크로 크랙이 발생한 부분을 Li2Ga이 금속에서 액체로 변환되면서 복원하게 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한 물질에는 Ga-Sn, Na-Sn 등이 있다.

    2) 자가 복원 전해액 설계

    리튬설퍼 전지의 경우 폴리설파이드 (Polysulfide)와 자가 복원물질을 함유한 전해액을 사용하여 충방전 반응의 주 역할을 하는 리튬폴리설파이드가 차단되지 않도록 한다. 이 방법을 통해 2000 회 이상의 수명을 달성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아연 이온 배터리 (Zinc Ion Battery)는 액체상태와 겔상태로 변환이 가능한 하이드로겔 전해질 (hydro gel electrolyte)인 PVA/Zn(CF3SO3)2을 이용해 양음극과 분리막의 손상된 부위를 자가 복원하도록 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3) 손상된 SEI 자가 복원

    실리콘음극의 경우 사이클을 하면서 부피 팽창이 커져 SEI가 손상되고 이로 인해 수명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래 그림과 같이 카본보다 5배 강한 TiO2로TiO2 인공적인 SEI를 만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TiO2도 충방전 반응을 반복하다 보면 손상되게 되는데 인공 SEI가 손상되게 되면 내부에 있던 전해액이 바깥으로 배출되게 된다. 실리콘 코어가 충전될 때   인공SEI의 손상된 부분에 새로운 SEI가 생성되어 자가 자가 복원하게 된다.

    인공 SEI (TIO2)에 의한 손상된 SEI의 복원

    4) 기능화된 분리막의 개발

    분리막이나 바인더는 전지 내 전기화학반응에 참여하지 않는 구성요소들로 자가 복원 물질을 저장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이다. 이곳에 저장되어 있던 자가 복원 물질들은 온도, 부피나 압력변화에 반응하여 자가 복원을 실행할 수 있다.

    배터리 작동 중에 발생하는 산화 환원반응은 음극과 양극 계면에서 분해 생성물을 방출하고 불필요한 추가반응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성되어 방출된 금속이나 유기물들은 음극 표면에 석출 되어 배터리의 열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이런 생성물들이 음극표면에 환원되기 전에 분리막을 통해 확산 및 이동하게 되므로 이러한 물질들을 포획하도록 분리막을 기능화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분리막의 다공성과 높은 비표면적은 배터리를 열화 시키는 물질들을 포획할 수 있는 트랩을 장착하기에 적합한 장소이다. 이렇게 다공성 분리막 내부에 포획된 물질들은 배터리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위로부터 보호되고 있어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이러한 기능성 분리막의 후보 물질로는 싸이클로덱스트린 (Cyclodextrin), 크라운 에테르 (Crown ethers), 칼릭서린 (Calixarenes)등이 있다.

    5) 폴리머 멤브레인

    폴리머는 고체전해질이나 하이브리드 고체 전해질성분으로 사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금속이 코팅된 집전체에도 사용되고 있다. 폴리머는 배터리 내부에 모노머 형태로 존재하다가 특정한 조건에서 폴리머로 변환될 수 있으므로 손상된 부위의 기계적 복원제로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6) 바이오 재료 기반 멤브레인

    생물들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멤브레인은 선택성이 있어 생물의 신체 기능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이러한 생물학적 멤브레인의 선택성을 모방하여 전해질의 분해를 제어하여 배터리의 노화를 막는 방법이 제안되었다. 이를 위해서 선택성을 가진 다공성의 단백질 멤브레인이 연구되고 있다.

    개발 계획

    1) 단기:

    – 자가 복원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새로운 연구 개발 커뮤니티 구축

    – 배터리의 파괴된 전극을 복원하면서 배터리의 구성요소들과도 호환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기능화된 분리막을 설계

    – 배터리의 다양한 손상, 열화 원인을 규명하고 각각에 맞는 복원 기능에 대해 연구

    2) 중기:

    – 배터리의 산화 환원환경에서 전기화학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열, 자기, 전기 자극 등에 의해 자가 복원을 수행하는 마이크로캡슐을 개발하고 이를 저장할 수 있는 분리막을 개발함.

    3) 장기:

    – 생체를 모방한 다공성 바이오 멤브레인을 개발하고 이온의 검출 및 조절을 통해 자가 복원을 제어하는 기술 개발

    – 배터리 센싱과 BMS와 자가복원 물질사이에 효율적인 피드백 루프를 설정하여 배터리 셀에 내장된 자가 복원 물질이 자가 복원 기능을 적절한 시기에 시행하도록 한다.

    향후 전망

    배터리의 재료와 인터페이스는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는 주요한 방법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배터리 연구와 개발은 이 분야에 집중되어 왔었다. 센싱과 자가복원 기술은 근본적인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지는 못하지만 배터리의 열화를 막아 성능과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해줄 수 있다. 향후 배터리 기술 개발의 영역은 재료와 인터페이스 외에도 센싱과 자가 복원 기술로 확대되고 이 영역이 중요해질 것이다.

    현재까지 보고된 자가 복원 기술들은 실용적이지 않아 실용화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연구와 도전적인 기술 개발이 많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배터리 제조 업체나 연구 기간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고 오랜 기간의 연구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에 소홀한 편이다.

    유럽은 배터리 2030+프로젝트를 통해 상대적으로 소홀한 센싱과 자가 복원 기술 분야에서 선두에 서기 위해 이 기술들을 주요 개발 영역으로 설정해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이 계획대로 재료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센싱과 자가 복원 기술을 획득하게 된다면 배터리의 주도권은 유럽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산업의 규모나 기술면에서 현재 배터리 분야의 선두에 서있다. 미래에도 선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센싱과 자가복원 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연구는 하나의 기업이나 연구 기관이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므로 유럽처럼 정부 주도하에 여러 연구개발 기관들과 협력하여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출처: BATTERY-2030-Roadmap_Revision_FINAL

  • 2022. 12. 28

    요약:

    초고성능의 배터리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실제 사용하다 보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과 배터리 내부 재료들의 열화에 의해 수명과 신뢰성,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 배터리의 고장부위를 수리하여 복원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반영구적으로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의 고장부위를 수리하려면 먼저 문제가 된 부위를 발견하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배터리 내부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까지의 센서 기술은 배터리 표면의 온도나 압력 변형률 등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이고 아직 셀 내부를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 배터리 2030+의 두 번째 연구 테마에서는 배터리 내부의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무선 센서를 개발하여 여기서 얻어진 정보를 통해 배터리가 자가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 기능의 통합: 센싱

    초고성능 배터리란 재료의 이론적 한계치까지 에너지를 끌어내고 긴 수명과 신뢰성, 안전성 및 친환경성을 가지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배터리를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탁월한 성능을 가진 초고성능 배터리라 하더라도 외부온도, 물리적 충격, 과전류, 과전압등의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과 배터리 내부 재료들의 열화에 의해 수명과 신뢰성,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물건이 고장나면 고장난 부품을 교체해주거나 보수하여 다시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사용하듯이 배터리도 문제가 된 부분을 수리하여 사용한다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배터리를 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단 먼저 배터리 내부의 문제가 발생한 지점을 찾아내어 어떤 문제인지, 무엇을 고쳐야하는지 진단을 내리는 것이 어렵다. 문제를 찾아낸다해도 배터리는 쉽게 교체하거나 보수를 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만일 배터리를 해체하여 수리할 수 있다 하더라도 현재 기술로는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배터리 2030+ 에서는 “센싱 (Sensing)” 기술과 “자가 복원 (Self-healing)”을 두번째 테마의 연구 영역으로 추진하고 있다.

    센싱 기술은 센서를 통해 배터리의 고장을 일으키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고 자가 복원기술은 센서를 통해 발견한 고장 부위를 외부가 아닌 배터리 자체 내에 내장된 자가 복원 물질을 통해 수리하는 것이다.

    배터리 2030+의 3가지 테마와 6가지 연구 영역

    테마연구영역
    1배터리 인터페이스 및 재료 발굴의 가속화 (Accelerated discovery of battery interfaces and materials)재료 가속 플랫폼: MAP
    (Materials Acceleration Platform)
    배터리 인터페이스 게놈: BIG (Battery Interface Genome)
    2스마트 기능의 통합 (Integration of smart functionalities)센싱 (Sensing)
    자가복원기술 (Self-healing)
    3공통연구분야 (Cross-cutting area),제조용이성 (Manufacturability)
    재활용성 (Recyclability)

     

    개발 현황

    배터리의 QRL이라고 불리는 “품질 (Quality)”, “신뢰성 (Reliability)”, “수명 (life)”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기능 및 상태를 정확하게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최근 수많은 온보드 EIS (Electrochemical Impedance Spectroscopy)기기와 정교한 BMS 시스템이 개발되었지만 아직 크게 유용하다고 볼 수는 없다.

    배터리의 QRL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실제 사용 중 배터리 내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파라미터에 대한 더 깊은 지식과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기생적으로 일어나는 화학적 과정등에 대해서도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내의 다양한 위치에서 “온도”, “압력”, “변형률”, “전해질 조성”, “전극의 부피변화”, “열흐름”과 같은 다양한 파라미터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중요하다.

    1) 배터리 분석기술

    배터리의 다양한 화학 특성을 분석하는 기술들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배터리가 동작 하는 중에 X선 회절 (XRD), 핵자기공명(NMR), 전자상자기공명법(EPR) 및 투과전자현미경(TEM)과 같은 정교한 진단 도구를 사용하여 배터리의 다양한 화학적 물리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지만 이것을 측정하기 위해 특정장비가 필요하고 측정을 위한 전처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 기술들은 실제 차량이나 기기에 장착되어 사용중인 상용 배터리의 상태를 분석하기는 어렵다.

    최근 18650원통형 배터리로 리튬의 분포 밀도와 구조적 효과를 이미지화하는 기술도 개발되었지만 이 역시 접근이 제한된 대규모 설비에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행 중인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의 상태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 소형화

    실제 기기에 설치되어 사용중인 상용배터리에 이러한 분석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분석 기기의 소형화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소형화된 분석기기들은 “벤치탑 XRD (bench-top XRD)”, “SEM”, “휴대용 임피던스 분광기 (Portable Impedance Spectroscopy)”, 등이 있지만 아직 배터리를 모니터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휴대용 EIS장치는 주로 사이클링시 납축전지의 저항의 증가를 측정하여 납축전지의 SOH 추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모듈내의 불량 배터리를 식별하기 위한 백업장치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문제는 신뢰성이 70% 이하로 낮다는 것이다.

    SOC 모니터링의 경우 배터리의 존재만큼이나 오래된 문제이지만 여전히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오늘날 SOC의 추정은 EIS, 저항, 전류펄스 측정, 쿨롱계수 및 OCV (Open Circuit Voltage) 기반의 추정 등 직접 측정에 의존하고 있다.

    배터리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SEI의 형성과 거동을 관찰하기 위해서 열전대, 서미스터, 압력게이지, 음향 프로브등을 사용하여 SEI거동의 온도, 압력, 변형 및 μV의 영향을 비파괴적 접근법으로 감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지 활동의 대부분은 배터리 셀 내부가 아닌 외부의 센서 사용에 의존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 모니터링에 가장 중요한 배터리 내부의 화학적/물리적 파라미터를 관찰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배터리 내부를 측정할 수 있는 이식형 센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광학센싱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광섬유 브래그 격자 (Fiber Bragg Grating; FBG) 센서, 충방전시 온도, 압력, 변형을 감지하는 센서, 온도를 이미지화 하는 센서, 전지 성능을 방해하지 않고 SOC평가를 하는 센서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배터리 모듈 및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센싱 기술이 시도되었으며,이 중 셀 수준에서 유망한 기술은 다음과 같다.

    배터리 모듈 및 시스템에 사용할 수 있는 센싱 기술들

    배터리에 사용되는 센서

    1). 온도센서

    지금까지 배터리 온도센서를 통해 측정된 셀의 표면온도는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TBMS: Thermal Battery Management System)을 검증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온도 센서는 아래와 같이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

    A. 저항온도 검출기 (RTD: Resistance Temperature Detectors)

    온도가 변화하면 금속의 전기저항이 변화하는 사실을 이용하여 온도를 측정한다.

    B. 열감지 저항기 (thermistors)

    세라믹 반도체의 전기저항 변화를 이용하여 온도를 측정한다.

    C. 열전대 (Thermocouple)

    다른 금속으로 만들어진 2개의 스트립이나 와이어의 끝을 연결한 것으로 이 접점에서 온도가 변화하면 두 금속의 기전력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측정하여 온도를 계산한다.

    D. FBG (Fiber Bragg Grating)

    FBG는 Fiber Bragg Grating의 약자로 광섬유내에 미세 구조의 격자를 새겨 넣은 것으로 이 격자는 온도와 외력에 의해 변화하기 때문에 온도, 응력, 가속도, 압력 등을 측정할 때 주로 사용한다.

    E. 적외선 센서 (Infrared thermography)

    재료 방출하는 열 복사를 측정해서 온도를 추측하는 것으로 비접촉식이다.

    적외선 센서를 사용하면 비접촉식으로 셀 내부 온도를 측정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은 주변 잡음(noise)에 민감하고 온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2). 게이지 센서(변형, 압력)

    배터리의 SOC와 SOH에 영향을 미치는 SEI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니터링하는데에는 압력과 변형률을 측정하기도 한다.

    최근 셀의 표면에 배치된 변형센서를 이용하여 용량 유지율과 비가역적인 압력증가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사례도 있고 압력 측정에 의해 SEI측정에 의한 비가역적인 부피팽창을 검출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이방법은 셀의 표면에 부착을 하게 되므로 아직까지는 SOC 및 SOH를 개선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하다.

    3) 전기화학 센서

    전기 화학 센서는 주로 SEI 성장, 산화 환원 셔틀(redox shuttle species) 및 금속 용해와 같은 배터리 화학적 요소 측면을 센싱 하는 데 사용된다.

    전기화확 센서의 과제는 전압, 전류, 전위차 측정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화학적으로 안정하고 내구성이 있는 표준 전극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전기화학적 분석 방법은 소형화가 어려웠지만 최근 생물 물리학 및 화학분야의 발전으로 소형화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 향후 나노 크기까지 소형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광학 센서

    배터리 양극 및 음극에 센서(광섬유, 와이어 등)와 출력 분석기가 연결된 미래형 배터리

    A. FBG (Fiber Bragg Grating) 센서

    FBG센서는 온도, 압력, 변형을 측정하는 센서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Xerox의 팔로알토 연구소(PARC: Palo Alto Research Center)는 리튬이온 파우치 배터리의 전극에 FBG 센서를 부착하여 배터리를 제작하였고 이 센서는 최소 1000번의 수명진행동안 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한 FBG센서를 사용하여 변형률을 측정하여 2.5% 이하 오차 범위의 SOC를 예측하였고 2% 이하 오차범위로 셀 용량을 예측하기도 하였다.그러나 FBG센서는 온도와 압력을 분리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OF (Micro Optical Fiber)가 연구되고 있다. MOF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독립적으로 온도와 압력을 측정할 수 있다.

    B. NPS (Nano-Plasmonic Sensor)

    NPS는 표면 플라스몬 (Surface Plasmon)이라고 알려진 전자진동을 통해 광학신호를 집중, 증폭, 조정할 수 있는 센서이다. NPS기술은 “SEI성장”, “리튬의 삽입 탈리” 및 “국소 이온 농도 변화”와 같이 나노 스케일에서 발생하는 물리 화학적 현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러나 NPS센서를 만들려면 섬유 위에 금속 플러스몬 나노 구조물을 증착해야 하고 전해질이 있는 상태에서 사이클링 할 경우 아직 물리 화학적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4). 음향 센서 (acoustic sensor)

    배터리는 사이클링시 수축 팽창하게 되는데 보통 부피변화가 10%정도 된다. 이 때 배터리 재료들이 발생시키는 기계적 응력변화는 음파신호를 발생시키며 이를 이용하여 음향 센서로 측정할 수 있다.

    음향 방출 기술은 이미 납축전지나 Ni-MH전지를 모니터링하는데 사용되어 왔고 LIB를 연구하는데도 최근에 사용되고 있다.

    음향센서를 이용하게 되면 배터리 재료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작동 조건을 감지하고 안전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동작의 초기 징후를 감지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전송된 음량 신호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SOC를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신호를 방출하고 수신하는 데 사용되는 음향 변환기를 연결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배선이 필요하므로 이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

    도전과제

    1). 스마트 센서 개발 필요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공간 및 시간에 따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배터리 스마트 임베디드 센싱 기술 및 기능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것을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광학, 전기, 열적 또는 전기 화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배터리의 변형, 온도, 압력, 전해질 농도 등 다양한 파라미터들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SEI역학에 접근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센서가 배터리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전기화학적인 안전성, 열적 안전성을 가져야 하며 셀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센서의 사이즈 조절이 가능해야 하고 재활용도 가능해야 한다.

    2). 무선 전송 기술의 개발 필요

    배터리 셀 및 팩에서 센서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고 센서와 BMS 간의 통신을 위한 표준이 수립되어야 한다.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전송하기위해서 와이어를 추가하는 것은 제조 단가가 비싸지고 구현이 어려우므로 궁극적으로는 무선 전송이 가능한 센서가 개발되어야 한다.

    배선을 줄이기위해서는 한 번에 여러 파라미터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센서를 개발해야 한다. 즉 하나의 센서에 FBG, MOF, NFS등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3). 스마트 BMS 시스템 구현이 필요함.

    센서를 통해 많은 양의 데이터가 수집되면 이것을 해석하고 처리하여 조치를 취하는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즉 센서와 인공지능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스마트 BMS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향후 전망

    배터리 2030+에서 목표로 하는 초고성능 배터리의 개발은 센싱기술과 자가복원 기술을 통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기술이 개발되어 적용된다면 이론적으로는 초고성능 배터리를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영구적인 사용까지는 많은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센싱 기술과 자가 복원 기술의 개발은 배터리 성능의 열화 속도를 늦추고 수명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 BATTERY-2030-Roadmap_Revision_FINAL

  • 2022. 12. 22

    요약:

    계면은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영역이지만 그 특성과 형성의 비밀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현재 배터리 설계와 생산은 주로 재료와 그를 다루는 공정에 주로 치우쳐져 있다.

    유럽은 Battery 2030+을 통해 초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목표하에 재료개발과 더불어 계면연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들이 계획한대로 AI기술을 사용해 재료와 계면의 특성을 파악하고 정확히 예측하는 시스템을 완성하게 된다면 배터리의 설계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시스템은 배터리의 설계와 생산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사용중인 배터리가 수명열화나 안전성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배터리에 내장된 센서를 통해 배터리의 이상신호를 미리 예측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자가 복원물질 (Self-healing material)을 방출해 치료하게 될 것이다.

    미지의 영역

    Genome은 일반적으로 한 개체의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체를 의미한다.년부터 진행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는 인간 게놈에 있는 약 32억 개의 염기쌍의 서열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중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6개국이 공동 진행한 프로젝트로 2003년 완성되었다. 이를 통해 알아낸 유전정보는 질병진단, 난치병예방, 신약개발, 맞춤형 치료등에 이용되고 있다.

    생물의 게놈처럼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첫 번째는 “재료”이고 두번째는 재료들 사이에 존재하는 계면(Interface)이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재료들은 배터리에 사용하기 위해 미리 연구해서 선택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특성들이 밝혀져 있는 상태이다. 반면에 계면은 각재료들이 온도, 전압, 전류, 시간등의 다양한 변수들과 만나 재료와 재료사이의 공간에서 다양한 반응물을 만들어 내고 이 반응물들이 또 다른 반응들을 만들어내는 복잡한 영역이다.

    배터리 2030+에서는 이러한 배터리 계면의 복잡성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빗대어 배터리 인터페이스 게놈 (BIG (Battery Interface Genome)이라 명명하고 배터리 계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을 밝혀내 역설계 (Reverse engineering)방법으로 초고성능 배터리를 설계 제조하는 데 사용하고자 한다.

    앞서 설명한 MAP가 AI를 이용해 자율적으로 배터리 개발을 수행하는 개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BIG는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계면(Interface)의 형성과 역학을 예측하고 제어하는 데 필요한 이해와 모델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터리 2030+의 3가지 테마와 6가지 연구 영역

    테마연구영역
    1배터리 인터페이스 및 재료 발굴의 가속화 (Accelerated discovery of battery interfaces and materials)재료 가속 플랫폼: MAP
    (Materials Acceleration Platform)
    배터리 인터페이스 게놈: BIG (Battery Interface Genome)
    2스마트 기능의 통합 (Integration of smart functionalities)센싱 (Sensing)
    자가복원기술 (Self-healing)
    3공통연구분야 (Cross-cutting area),제조용이성 (Manufacturability)
    재활용성 (Recyclability)

    배터리의 계면에대해 많이 알려진 것은 음극활물질과 전해질 사이의 계면인 SEI(Solid Electrolyte Interface)이다. 그러나 이외에도 양극활물질과 전해질사이의 계면인 CEI (cathode Electrolyte Interface), 세퍼레이터와 전해질, 양극집전체인 알루미늄, 음극 집전체인 구리와 음극 활물질, 바인더와 양음극 활물질, 도전제와 양음극 활물질등 배터리에 사용된 재료들 사이에는 계면이 존재한다.

    이러한 계면들에서 이온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계면에서 반응이 일어날 때 전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규명하여 계면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면 이것을 근거로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역설계가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계면에서의 반응을 규명하기위해서는 시공간 특성뿐 아니라 원자단위부터 미크론 단위를 포함하는 Multi scale의 물리 및 데이터 기반 모델들이 결합 되어야한다.

    1) 개발 현황

    리튬 이온전지에서 가장 오래 연구되어온 계면은 SEI (Solid Electrolyte Interface)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SEI는 음극과 전해질사이에서 생성된다.

    리튬이온 개발 초기 계면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없었던 시기에는 SEI가 배터리의 수명을 제안하고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제한요소라 생각되어 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서 SEI가 안정된 형태로 음극 표면에 형성이 되면 배터리의 수명을 안정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SEI 형성의 개략도

    그러나 계면의 형성과 구조, 기능들은 여러 공정을 거치며 전해질 조성, 전극 재료의 구조, 외부조건인 온도, 전압, 전류 등 다양한 반응을 통해 복잡하게 생성된다. 게다가 전극 및 전해질의 벌크 치수(~μm)와 비교하여 계면은 훨씬 더 작을(~nm) 뿐만 아니라 계면 반응은 주변 환경에 의해 쉽게 가려지기 때문에 실험 및 계산을 통해 계면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정밀도가 높은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것을 해결하기위한 많은 도전이 진행되었고 진행 중이지만 아직 계면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의 전기화학적인 특성과 형성 메커니즘들은 여전히 간접적인 추론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영역이다.

    그러나 계면의 기능을 이해하고 계면의 형성과 특성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재료개발과 더불어 초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핵심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2) 실험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

    지금까지 계면에 대한 연구는 계면의 화학 및 형태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기술을 위주로 발전해 왔다.이러한 방식으로 알게 된 계면의 특성들은 공정조건을 조절하여 계면을 제어하거나 안정적인 계면을 형성하는데 효과가 있는 전해액 첨가제를 추가하거나 전해액에 반응하지 않도록 전극 표면을 코팅하는 화학적인 방식으로 배터리 개발에 적용되어왔고 이는 배터리의 성능, 안전성, 수명 등을 개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은 계면의 일부특성만을 알아내어 적용한 것 것일 뿐 계면에서 일어나는 훨씬 더 복잡하고 역동적인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계면의 특성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사용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시뮬레이션은 복잡한 전기화학반응을 단순화하거나 이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모델링하여 실제상황을 단편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계면 연구 기술이 발전하기위해서는 관측하기 어렵고 복잡한 계면의 반응들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방법들이 필요하고 계면에서의 반응들을 모사할 수 있는 정확도 높은 멀티 스케일 모델링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이 모델링을 통해 나온 시뮬레이션 결과의 정확도를 검증할 수 있도록 많은 양의 실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고처리량 실험 기술 (High Throughput Screening)도 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실험들은 연구자들도 실행할 수 있지만 개발 속도의 가속화를 위해서는 앞서 MAP에서 소개한 것처럼 이 두 기술들을 AI가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3) 데이터 인프라 및 표준화된 테스트 프로토콜 구축

    AI가 자율적으로 계면연구를 수행하도록 하려면 계면과 연관된 대규모의 데이터 세트를 체계적으로 수집, 처리, 분석하는 데이터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데이터 인프라는 효율적이고 정확도가 높은 멀티 스케일 모델링을 개발하는데 필요하다. 이러한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실험 데이터와 멀티 스케일 모델들의 입출력을 표준화할수 있는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것은 물리 모델에 대한 공통 관측항목을 정의하고 배터리 재료의 특성과 계면 현상에 대해분류방법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표준화된 프로토콜들은 유럽 내 연구파트너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향후 전망

    계면 설계를 위한 모델링

    보통 기술 수준이 높은 배터리 회사의 경우 다양한 재료로 셀을 개발해오며 쌓아 온 데이터 베이스와 설계 및 공정 경험이 있지만 배터리를 개발하여 양산하는 데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만일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면 2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때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배터리를 설계하는 시간이다.

    기존의 배터리를 설계하는 방식은 목표로 하는 성능과 결과를 얻기 위해 기존에 알려진 재료와 계면의 정보를 이용해 수많은 DOE를 진행하였다. 그나마 계면의 특성은 재료보다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아 설계에 반영하기조차 쉽지 않아 사실은 재료의 특성이 주로 설계에 반영되었다. 

    이렇게 시행착오의 방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내더라도 진행할 수 있는 DOE의 숫자와 시간과 비용에 한계가 있어 모든 문제를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최종 설계를 결정하는 것은 경험을 통해 형성된 데이터와 인간의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MAP와 BIG를 통해 재료와 계면의 특성이 자세히 밝혀지고 정확도 높은 모델링이 만들어진다면 더 이상 적합한 재료를 찾아내고 배터리를 설계하는데 수많은 DOE와 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원하는 성능과 목표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를 가장 잘 충족할 수 있는 재료와 계면의 구조와 특성을 AI가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를 설계해내는 역설계 (Inverse design)가 가능해진다.

    AI가 도출한 출력 값의 정확도가 완벽하다면 더 이상 DOE가 필요 없으므로 배터리 설계는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설계의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해 시생산을 할 필요가 없이 바로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높은 정확도에 다다르는데 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정확도가 높아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AI가 제안하는 재료와 계면에 대한 정보는 인간의 직관에 의존한 부정확한 결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재료 선정과 설계를 위해 실행해야 할 DOE의 숫자를 크게 주어 설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고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다.

    이렇게 BIG-MAP를 통해 구축된 시스템이 전고체 배터리기술과 3D프린팅 기술과 결합된다면 우리는 원하는 모양과 성능의 배터리를 맞춤형으로 즉석에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BIG-MAP를 통해 구축된 시스템은 배터리의 설계와 생산에만 사용되지 않고 배터리가 실제 사용되는 중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개발자들이 아무리 배터리의 사용조건을 충분히 설계에 반영한다 하더라도 배터리는 사용조건을 뛰어넘는 상황에 노출되어 수명열화나 안전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 장에 소개할 센싱 기술을 통해 배터리에 내장된 센서가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이를 AI에 보내면 AI는 해당 배터리의 상태를 점검하고 예측하여 손상된 부위를 복원하도록 자가 복원물질 (Self-healing material)을 방출해 치료하게 될 것이다.

    출처: BATTERY-2030-Roadmap_Revision_FINAL

  • 2022. 12. 9

    요약: 

    미래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은 경쟁자들보다 더 뛰어난 재료를 더 빠른 속도로 찾아 적용하는 쪽이 갖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후발 주자였던 유럽은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효율성 높은 새로운 배터리 개발 플랫폼의 구축으로 주도권을 쟁탈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완성되는 동안 중국이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기존의 개발 방법을 고수한다면 순식간에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은 유럽으로 넘어갈 수 있다.

    중국은 유럽이 갖지 못한 개발과 생산에서의 방대한 경험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유럽이 세운 개발플랫폼의 개념에 더해 실제 개발과 생산에서의 방대한 경험을 결합한 효율성 높은 개발 플랫품을 정부 주도하에 개발한다면 미래에도 중국이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재료 가속 플랫폼 (MAP: Materials Acceleration Platform)

    지난번에는 배터리 2030+의 목표와 연구를 알아봤고 이번에는 첫번째 테마인 배터리 인터페이스 및 재료 발굴의 가속화 (Accelerated discovery of battery interfaces and materials)중 첫번째 연구 영역인 재료 가속 플랫폼: MAP (Materials Acceleration Platform)의 구체적인 연구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새로운 배터리 개발 방법

    기존의 개발 프로세스는 에디슨 어프로치(Edison approach)라고도 불리는 시행착오방법 (Trial and error)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배터리 재료를 개발해서 상업화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다.

    배터리 2030+에서는 초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더 향상시키는 새로운 개발 및 제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배터리 2030+의 3가지 테마 6가지 연구 영역

    테마연구영역
    1배터리 인터페이스 및 재료 발굴의 가속화 (Accelerated discovery of battery interfaces and materials)재료 가속 플랫폼: MAP
    (Materials Acceleration Platform)
    배터리 인터페이스 게놈: BIG (Battery Interface Genome)
    2스마트 기능의 통합 (Integration of smart functionalities)센싱 (Sensing)
    자가복원기술 (Self-healing)
    3공통연구분야 (Cross-cutting area),제조용이성 (Manufacturability)
    재활용성 (Recyclability)

    특히 배터리 기술을 혁신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배터리 재료의 발굴 및 개발이 중요한데 MAP (재료 가속 플랫폼)은 배터리 개발부분 중 특히 “재료개발”의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을 높이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MAP에서 구축된 재료 가속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재료가 선정되고 특성이 연구되었다 하더라도 배터리의 특성을 좌우하는 것은 재료뿐 아니라 재료와 재료사이에서 일어나는 인터페이스에서의 반응도 있기 때문에 인터페이스의 연구 역시 필요하다. 이는 두번째 연구 영역인 BIG (배터리 인터페이스 게놈)에서 다루게 된다. 따라서 BIG와 MAP은 통합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MAP의 핵심 구성요소

     MAP는 일일이 사람이 직접 실험을 진행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시행착오법을 개선하기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위 그림에 언급된 MAP의 8가지 핵심요소들은 인공지능을 통하여 조절되고 통합되어 자율적으로 배터리 재료를 발굴하게 된다. 이는 개발 속도와 효율면에서 기존의 방법보다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위의 8가지 핵심요소들이 구축된 실험실의 구축이 필요한데 인공지능은 이 실험실을 통해 자율적으로 새로운 배터리 재료를 설계 및 합성하고 실험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분석 및 해석을 진행하게 된다.

    MAP를 구축하기위한 핵심 요소와 개발 현황

     높은 기술력을 가진 다국적 연합 네트워크 형성 필요.

    MAP이 구축하고자하는 플랫폼은 어느 한 국가와 연구기관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배터리의 주요반응인 산화환원반응 같은 전기화학 반응은 복잡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수준이 높고 동시에 재료에 대한 연구 수준 역시 높아야 한다. 유럽의 연구 커뮤니티는 전반적으로 전기화학뿐 아니라 재료 개발에 있어서의 기술력이 높은 수준이고 각 국가별로 전기화학 에너지 저장 및 변환장치에 대한 네트웍이 잘 갖춰져 있다. (프랑스의 RS2E, 영국의 Faraday Institution, 독일의 CELEST협력단).

    유럽내 ALISTORE ERI 의 19 개 네트웍 거점

    또한 각 나라의 연구 네트웍을 통합하여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유럽내 다국적 연구기관의 연합체인 “ALISTORE ERI”를 운영하고 있다. (ALISTORE ERI: 배터리 및 배터리 재료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교차 연구를 수행하기위해 유럽내 19개 기관이 연합한 네트웍이다.)

    유럽은 이러한 연구 커뮤니티를 통해 배터리 재료를 개발하는 플랫폼을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

    ② 데이터 인프라와 데이터 베이스

    다국적 연구 커뮤니티의 협력을 통해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들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MAP에서는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존에 연구자들이 도달할수 없는 업무 양과 속도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모델을 학습하여 새로운 재료를 발굴하는 주기를 단축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위해서는 인공지능이 광범위한 실험 데이터와 모델링 데이터들에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데이터들을 추적, 저장, 보존,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 및 저장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데이터 인프라에 추가되어야하는 것은 모두가 자유롭게 데이터를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지식기반 표현방식을 갖춘 시스템이다. 현재 유럽에서 사용중인 PRACE 및 EuroHPC와 같은 계산 인프라와 ASE, SimStack,74 AiiDA,75 및 Materials Cloud76등의 계산 플랫폼은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고효율의 계산을 할 수 있지만 생성된 실험 데이터들과 모델링 결과물등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BattINFO” (Battery Interface Ontology)라는 배터리에대한 공통의 지식기반 표현시스템이 개발중이다.

    ③ 자율 합성 로봇 (Autonomous synthesis robotics)

    BIG-MAP 프로젝트의 “Robot road ” 스케치

    중앙 인공지능에서 제어하는 자율합성 로봇은 새로운 재료 발견의 핵심 요소이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실험 샘플을 제작하여 분석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지만 연구원들이 일일이 DOE (Design of Experiment)를 수립하고 샘플을 제작하는 기존의 방식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한 적인 샘플만 제작하여 실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약분야와 유기화학분야에서는 사람을 대신해 고도로 자동화된 합성 로봇을 이용하여 많은 양의 샘플을 제작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이미 이 기술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제약개발의 시간을 단축시켰을 뿐 아니라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앞당기는데도 중요한 공헌을 했다.

    아직 시작단계이기는 하지만 이 기술은 배터리 재료인 양극과 음극, 기능성 전해질을 선별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샘플을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Battery 2030+에서 추구하는 합성 로봇기술이 기존의 제약분야에서 사용하는 합성로봇기술과 다른 점은 “자동 합성”을 넘어 “자율 합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기술은 자동화 기능이 중시되었지만 배터리 2030+에서는 자동화된 합성로봇기술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DOE를 계획하고 자동합성 로봇을 통해 샘플을 만들어내는 “자율 합성로봇 기술”을 실현하는데 있다.

    ④ 실험 및 시뮬레이션을 통한 고처리량 분석 (HTS: high-throughput screening)

    배터리용 고처리량 테스트 장치의 실험 방법

    자율 합성 로봇을 통해 방대한 양의 샘플을 빠른 시간안에 확보한다 하더라도 분석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 재료 개발을 가속화할 수 없다.

    분석 시간을 단축하여 적합한 재료를 선별하기위해서는 고처리량 선별 기술 (HTS: high-throughput screening)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배터리 재료의 특성을 분석하는 전기화학 테스트는 제약분야나 유기화학분야와 달리 단시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특히 사이클 테스트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이처럼 전통적인 실험 방식만으로 배터리 재료의 고처리량 선별 기술을 완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시물레이션 기술의 문제점은 아직까지 배터리 재료와 인터페이스에 대한 정확도 높은 시뮬레이션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뮬레이션 기술은 크게 “전자범위(electronic scale)”, “원자 및 메조스코픽 범위 (Atomistic and Mesoscopic scale)”, “거시적 범위 (Macroscopic scale)”의 3가지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재료의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하기위해서는 이 3가지 범위를 모두 포함하는 통합된 단일 계산 모델이 구현되어야한다.

    아직까지 이를 제대로 구현한 단일 계산 모델은 없는 상황이므로 배터리 2030+에서는 딥러닝을 통해 각 단일 스케일의 모델들을 결합하는 멀티 스케일의 워크 플로우를 형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⑤ 배터리 재료와 인터페이스의 실험

    프랑스 그루노블에 있는 싱크로트론 건물

    딥러닝 기술을 통해 멀티 스케일의 모델링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예측결과가 정확한지 판단하기위해서는 실제 실험을 통한 정확한 데이터들이 있어야한다. 유럽은 싱크로트론 및 중성자 산란 시설과 같은 대규모 연구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연구시설들을 통해 재료 및 인터페이스의 특성들을 설명하는 정확도 높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재료 발굴을 위한 인공지능의 역할

    BIG-MAP의 핵심과제는 인공지능이 반복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이용해 자율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워크 플로우를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다.

    현재 ChemOS, Phoenics 및 Olympus와 같은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자율 주행 실험실의 핵심 구성 요소를 시연하기 위한 프로토타입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되고 있지만 새로운 배터리 재료를 찾아내고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것은 기존에 개발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특히 인공지능은 데이터 인프라에 저장된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 시뮬레이션에 사용될 의미 있는 데이터를 선별해야 한다.

    그동안 축적되어온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는 데이터 공간만 차지하는 의미 없는 데이터들이 있다. 이런 데이터 세트들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고 반복실험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정확성이 높은 의미 있는 데이터들을 선별하여 가공할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딥러닝의 불확실성을 정량화하고 정확도를 평가할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도출한 모든 결과를 신뢰할 수는 없다. 결과물들이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한다.

    향후 전망

    미래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은 경쟁자들보다 더 뛰어난 재료를 더 빠른 속도로 찾아내어 적용하는 쪽이 갖게 될 것이다.

    유럽이 다루기 시작한 Battery 2030+의 테마와 연구들은 몇 년사이에 결실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구축되어 제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한국 일본 중국등 동아시아 국가들로 기울었던 배터리산업의 주도권을 순식간에 유럽으로 옮겨가게 만들 것이다.

    현재 동아시아 3국은 배터리 재료, 개발, 생산, 재활용 등 모든 배터리 산업 영역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를 개발하는 방법은 여전히 기존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개발 방법이 유용한 기간 동안은 현재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이 그들이 계획한대로 새로운 개발 플랫폼을 하나 둘 완성해 나가는 동안 이에 대응할 만한 개발 방법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주도권은 유럽으로 넘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효율적인 배터리 개발 플랫폼은 기업이나 지역정부의 힘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주도하에 배터리 연구기관과 산업네트웍을 연결하여 진행이 되어야한다.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 3국은 배터리 산업에서 유럽이 가지지 못한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시작한다면 유럽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기초과학이 발달되어 연구 개발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배터리 산업의 진입이 늦은 탓에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영역에서는 경험이 많지 않다. 배터리는 실험실에서의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실제 개발과 생산시에 발생하는 변수들이 큰영향을 끼친다. 동아시아 3국은 실제 개발과 생산등의 영역에서 유럽이 갖지 못한 방대한 데이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일단 유럽이 추진하는 개발 플랫폼은 잘 짜인 계획이므로 그 체계를 근거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거기에 실제 산업 영역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반영한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여 유럽과 차별화한다면 미래에도 현재의 주도권을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나아간다면 유럽처럼 다국적 연구 네트웍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가  유럽처럼 협력하여 동아시아 연구 네트웍을 형성한다면 유럽보다 더 빠른 시일에 더 효율적인 개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BATTERY-2030-Roadmap_Revision_FINAL